내가 중학교에 다닐 무렵, 나이 차가 꽤 나는 막내오빠는 객지에서 돈을 벌고 있었던 것 같다.
시골에 먹을 간식거리라곤 찐쌀이나 고구마, 감자뿐이던 시절!!
늦가을에 잘 말려 둔 곶감은 그야말로 귀한 것이었다.
어쩌다 손님이 오시는 날이나, 제사가 있는 날 외에는 곶감 구경을 할 수 없었으니까^^
어느 날, 학교에 갔다 집에 돌아오니 그 날 따라 얼마나 배가 고프고 허기가 지던 지...
가마솥을 열어봐도 식은밥 조차도 없궁...ㅠㅠ
아무도 없는 적막한 집에서 '뭐 먹을거리가 없나?' 두리번거리던 나!.. @@
입안 가득 군침이 고이며 갑자기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
흐흐흐 곶감..맞다! 바로 곶감이었지롱! ^.~
아버지께서 깊숙히 숨겨 둔-10개씩 꼬챙이에 끼워 잘 말려 둔 곶감을 한 개 살짝 빼먹는 그 맛이란?
'한 개쯤 먹어도 잘 모르시겠지?' 생각하며..시작된 곶감 몰래 빼먹기가
다음날.. 그 다음날.. 또 그 다음 날 계속되었으니..
어느 새 곶감이 동이 나 버렸네?
'아이쿠나 클났다' 싶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것! 어쨌거나 시침 뚝 떼고 그렇게 날이 지나갔다.
어느 날, 학교 갔다 집에 오니 아부지가 부산하게 무엇인가 찾고 계셨다.
"아부지 뭐 찾아예?"
"어. 그래 야야~ 곶감을 내가 어데 두었는지 아무리 찾아도 없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제?"
두근거리는 가슴을 감추며...
"잘 찾아보이소. 어디 있겠지예.."
샅샅이 뒤지던 아부지는 마침내 곶감을 끼워 두었던 빈 꼬챙이를 발견하곤..
"야야..이기 무신 일이고? 누가 곶감을 다 묵어뿟노!!"
"글쎄예..지는 모리는 일이라예.."
평소에 천사표이자 순딩이(?)인 날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아부지는
"아이구~~이노무자슥..메칠 전에 댕겨 간 oo(막내오빠)그노마 짓 아이가..이노무자슥을
우야모 좋노? 에라이 집에 오기만 해봐라.."
그렇게 벼르던 아버지께서는 하루 이틀 세월이 지나 점차 다 잊어 버렸고..
그 일은 막내 오빠가 범인이 된 채...그렇게 비밀리(?)에 파묻힌 채...세월이 흘러 아부지가
돌아 가신 지도 벌써 15년이 훌쩍 지났다.
'아부지예 그 때 그 곶감 지가 묵었심더..용서하이소.. 그리고 오빠야.
진짜 미안타. 그때 아부지가 무서버서 진실을 외면했다 아이가..용서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