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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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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못 버리는 여자


BY 그린플라워 2008-07-17

난 정리정돈도 젬병이면서 도데체 버릴 줄 모른다.

정리정돈 잘하는 남편은 버려진 쓸만한 것을 보면 인사불성이 되어 집 크기는 무시한 채 무조건 집으로 끌어들인다.

그리하여 17년을 함께 살다보니 고물상이 따로 없다.

정리정돈 잘하는 애들 아빠를 닮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꼬마는

아들 둘은 날 빼다 박았다.

6년 반째 살고 있는 지금 집에서 집이 헐리게 됨에 따라 어딘가로 이사를 가야하게 되었다.

그동안 창고까지 있는 단독주택이라 손님만 안 온다면 아무 불편없이 잘 살았었다.

 

집을 구하러 다녀보니 지금처럼 넓게 사려면 엄청난 융자를 하던가 시골로 가는 수밖에 없다.

아이들과 애들아빠 직장만 아니라면 땅끝마을에 가서 산들 어떠랴.

하지만 멀리 움직이자면 걸리는 게 한둘이 아니다.

최대한의 돈으로 근처에서 움직여 보기로 했다.

전세값이 강남 못지않은 지역이라 하품만 나온다.

 

둘다 결심했다.

다 버리고 이민이삿짐을 싸기로.

 

뭘 버려야하나 고민하기 보다 어떤 걸 취해가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고민이 풀리는 사건이 생겼다.

발품을 부지런히 팔다보니 전망좋고 넓은 집을 구한 거다.

우리짐 다 들고 가도 되게 되었다.

문제는 지금부터 보름동안 난 집정리를 해야 한다는 거다.

뒤죽박죽 섞여 있는 책들을 종류별로 순서대로 꽂는 일과 찾아 입기도 어렵게 뒤섞어 놓은 옷들도 일목요연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이삿짐센터에서 지금 그대로 옮겨준다면 앞으로 언제까지고 지금처럼 살아야 하니까 이번 기회에 단단히 결심을 하는 거다.

애들아빠더러 결혼하기 전에 입었던 옷들과 사업실패한 잔재들을 제발 솎아달라고 했다.

책도 아이들이 꼭 읽어야하는 것 아니면 다 버리자고 했다.

 

가구도 몇개 버리자고 했더니 애들아빠는 반대를 한다.

내 생각 같아서는 가구도 몇개만 솎아 가고 새로 좌악~~ 장만했으면 좋겠는데 왕소금굴비영감은 바늘도 안들어가고 있다.

17년 쓴 냉장고는 친정엄마가 새것으로 바꿔주신다고 하고 10년 사용한 가스렌지는 여동생이 새로 사준다고 하니 그건 버린단다.

이제부터 동생들에게 가구 하나씩 맡겨야 바뀔 것 같다.

이번 주말에는 이사가기로 한 집에 가서 집 치수를 재와야겠다.

가구배치도를 그려보고 아귀를 맞춰 도면대로 이삿짐을 옮겨달래야 하니까.

 

마음 같아서는 방하나 정리해주는데 이십만원을 주면 되는 정리도우미를 부르고 싶은데

애들아빠가 알면 졸도할 일이므로 내 스스로 정리를 해보다가 정 안되면 동생들 손을 빌리리라.

지혜롭게 잘 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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