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육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림 같이 그리는 회원 중에서는 젊은 축에 속하고,
반이상 전공자이거나 오래 그린 사람들이라
보통 전람회에서 수차례 입상을 했거나 그룹전도 꽤 한 이들 속에
개밥에 도토리처럼 끼어들어 삐그덕거리기를 수차례...
서당께 삼년에 풍월을 읊게 된다더니만 어깨너머로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어
이제는 가게 한 벽면의 허전한 곳을 몇장의 그림으로 채워 뒀다.
손님들의 반응이 참 다양하다.
"자녀분 중에 그림 그리는 자녀가 있나요?"
"이 그림들 달력에서 떼어 붙여 놓으신 거예요?"
"누가 그린 그림이예요?"
설마 반찬 만드는 늙수그레한 아즈매가 그렸을 리는 만무하다는 표정들이다.
처음에는 상가 사람들조차도
'에구~ 하던 일이나 제대로 할 일이지. 도데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했었다.
화장실 가는 것도 제때 못 갈 정도로 바쁜 사람이 할 일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마땅한 도우미를 못 구했을 때는 가게를 비워놓고 다녀오기도 했으니 얼마나 한심했으랴.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
주위 사람의 소개로 동갑내기 도우미가 오면서부터 가게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 하는 일이라는데 얼마나 야무지고 손끝이 매서운지
내가 할 일을 만들어 대느라 숨가뿔 지경이 되었다.
어떤 일에고 프로정신으로 하는 사람이 오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는 그림 그리러 간 동안 핸드폰이 울릴 일이 없어 아주 여유만만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게다가 반장으로 뽑힌 이가 교사로 가게 되는 바람에 두달 전부터 반장을 맡게 되어
몇달 해보다 여차하면 손 들 심산으로 시작했는데
그나마 감투라고 육개월 동안은 그만두지도 못하게 되었다.
마음이 산란한 날은 그림도 제대로 안 그려지지만
이제는 그림 그리는 시간 만큼은 잡념을 접고 그리는 데만 몰두하려고 한다.
차차 상가 사람들 반응도 나아지고 있다.
"진작 그 길로 나가지 그랬어?"
"너 그저 해보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구나. 어떻게 참고 살았니?"
그래,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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