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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해진 제사음식


BY 그린플라워 2006-09-24

요즘 난 주문 받은 제사음식 덕분에 더 정신없는 나날이다.

어제는 나물 세가지 오천원, 전 세가지 만오천원, 두부부침 이천원으로 이만이천원어치 음식 만드느라 세시간을 꼬박 동동거렸고,

오늘은 나물 세가지 오천원, 전 세가지 만팔천원, 쇠고기탕 만원으로 삼만삼천원어치 음식 만드느라 네시간을 점심도 대충 떼운 채 만들었다.

시간당 인건비로 이천오백원쯤 나올까?

 

종갓집 맏며느리인 친정엄마를 보나 사형제의 맏며느리이신 시어머님을 보나

모름지기 제사란 지극 정성을 다해 최상의 상품으로 상다리가 휘청할 정도로 차리며,

평소 끼니를 거르는 집이라도 제삿상만큼은 휘어지게 차리는 게 내 상식이었다.

고로 결혼 전 친정의 열네위의 제사를 모시느라 늘 잔칫집 같았던 우리집을 보고 주윗사람들은 제사 모시다 판나겠다고들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들 바쁘게 사는 고로 일일히 제사에 참여하러 모이지도 않거니와

간소화간소화하다 보니 음식도 예전처럼 많이 차리지도 않는다.

단지 가짓수만이라도 빠짐없이 하나를 놓아도 최상의 상품으로 진설하는데...

 

어쩐 일인지 저녁 여덟시가 다 되어서 헐레벌떡 나타나 "전 세가지 없어요?"

그런 사람들이 이따금 있다.

제사가 느닷없이 생기는 행사도 아닐진대

본인이 안 만들고 사서 쓸 거면 최소한 며칠 전에 전화예약이라도 하면 얼마나 좋을꼬?

나물 세가지야 늘 있지만 나물도 미리 예약해 두면 일단 만들어서 제사용은 다른 이들에게 팔기 전에 미리 담아놓기라도 하는데...

 

혹 제사음식을 주문한다 해도

"먹을 사람도 없구요, 한접시씩만 놓으면 되니까 최소단위로 해 주세요."

전은 많이 하나 조금 하나 품이 드는 건 크게 차이가 나지를 않는다.

동그랑땡이나 생선전꺼리는 필요한 만큼 꺼내 쓰면 되지만

꼬지전은 늘 남게 만들 수밖에 없다.

어찌어찌하다 보면 재료비나 간신히 건지곤 한다.

이윤은 고사하고 그거 만들다가 다른 음식 만드는 걸 못해서 나는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랜 단골손님이 아니면 주문을 안 받고 싶을 정도다.

그래도 내가 안 해주면 얼마나 난감하겠는가 싶어서 맡아서 해주곤 한다.

이 일을 아는 사람들은 돈을 더 받던가 얼마 이하는 못해준다고 하라고 한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래도 다음에 또 그런 주문이 들어오면 더 달라는 말도 못할 거고

얼마 이하는 못해 준다고도 못할 거다.

 

올 추석은 연휴가 길어서 지난 추석처럼 법석을 떨지는 않을 듯 싶다.

그래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

무슨 일이고 닥쳐봐야 아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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