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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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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가 사발되어 보려고 애쓴 날


BY 그린플라워 2006-08-27

사남일녀 중 세 딸이 같은 동네에 모여 살게 되면서

여러모로 편리한 일들이 많아졌다.

사십팔년만에 다시 귀향하신 부모님께서 상경하셔도 세 딸을 동시에 보실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이나 값싸고 좋은 물건이 있으면 하시라도 모여서 먹고 사고...

애들도 한데 모아 놀게 하기도 좋고...

 

며칠 전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가 떴다.

"금요일 저녁 7시경 우리집에서 문신할 사람 회신 바람. 비용 저렴함."

외모가 많이 떨어지는 나는 눈썹조차 부실하게 나서 눈썹을 안 그리고 있으면 영낙없는 모나리자다.

외출 때마다 눈썹 그리는 일이 너무 어려워 눈썹 문신을 할까 고민도 참 많이 했었다.

그렇지만 겁이 많아 예방주사도 안 맞으면서 버티던 난 그냥 꿈만 꿀 뿐이었다.

혹시 마음에 안 들게 되면 지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얼마나 아플 것이며...

그런데 동생들이 모조리 모여서 문신을 한다니 구경이라도 가 볼 셈으로 일단 간다고 답을 했다.

거의 다 쓴 눈썹그리는 펜을 다시 사야 하는데 우짜노?

 

드디어 문신을 하는 날 가게 문을 조금 일찍 닫고 동생네로 갔다.

이미 두 명은 한 뒤였고 또 한 명이 하는 중이었다.

엄살 많은 세째딸은 아이라인을 하다 말고 중단한 채로

"차라리 애를 낳는 게 덜 아프겠다." 고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그 말을 듣고 겁이 나서 그냥 구경만 하고 있으려는데

다들 다른 사람은 안하더라도 난 해야만 한다고 했다.

문신하는 이에게

"이 언니는 아예 없어서 아주 창작을 하셔야겠어요."

"에휴~"

 

여러 사람의 강압과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누웠다.

"좀 따끔거릴 거예요."

왠 걸, 아주 사람을 잡는구먼.

그래도 이 악물고 참았다. 세째동생 하게 하려고...

"별로 안 아프다 얘, 너도 해."

그래도 세째동생은 안하겠다고 끝끝내 버텼다.

난 하는 수없이 이실직고 했다.

"그래, 차라리 세째 낳아라. 그게 낫겠다."

 

웃으면 문신 찌그러지게 된다고 웃지 말라고 하면서도 사방에서 웃기는 바람에

아픈 건 고사하고 웃음까지 참느라 그야말로 죽을 뻔 했다.

속으로 '이러고도 뚝배기가 사발이 안되면 억울해서 우짜노?'

 

워낙 눈썹도 없었는데다 약이 잘 안 스며드는 피부라 한시간 가까이 고행을 하고 드디어 끝났다.

거울을 보니 제법 그럴 듯한 게 아픈 보람이 있었다.

며칠 아침마다 눈썹그리기와의 전쟁에서 벗어나 가볍게 입술만 칠하고 화장을 끝내니 얼마나 좋은지...

여름날 엎드려 졸다 일어나 눈썹부터 다시 그리는 일도 없어지고...

"룰루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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