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애가 휴가 다녀갔다.
오는 날부터 온 집안은 폭탄이 투하된 것처럼 난장판이 되고 집안에 세대나 있는 컴퓨터도 모자라 노트북까지 챙겨가지고 나와서 모조리 작동시켜놓고 잠들기 일쑤다.
그 아이 방을 열어보면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휴대폰까지 다 작동시켜놓은 채로 안경은 얼굴 옆에 벗어둬서 언제 깔려서 망가지게 될지 모른 채로 잠들어 있다.
불도 환하게 켜놓고 잠든 그 아이 방에 들어가서 컴퓨터와 노트북 끄고 휴대폰 끄고 충전시켜 두고 안경은 책상 위에 올려놓고 불을 끄고 나와야 한다.
아침에는 여섯시만 되면 일어나지도 않을 알람이 울려서 나만 잠을 설치게 만든다.
먹는 것도 큰애 못지않게 까다로워서 음식 해먹이는 일도 만만치 않다.
몇가지 메뉴 중에 선택한 메뉴를 해줘야 하고 그나마 마음에 안들면 형하고 나가서 사먹고 들어온다.
작은 애는 지난 달 휴가 때는 운전면허시험 코스시험에 합격하고 이번 달에는 도로주행 시험을 봐야 했다.
이번 달에는 삼일간 두시간씩 강습을 받고 사일째 되는 날 시험인데 면허증에 붙일 사진을 빼먹고 가는 바람에 귀대일에 사진을 면허시험장에 가져다줘야만 했다.
아침에 눈은 떴지만 귀찮아하길래 마침 휴일인 제 형이 심부름을 해줬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큰애가 안간다고 하면 내가 갈 뻔했다.
그 아이가 가고난 후 집 정리도 큰애가 했다.
휴가 때마다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다.
운전면허증도 아직 안 받았는데 벌써 차 살 계획이 야무지다.
돈도 없는데 뭘로 살 거냐니까 형이 반은 대준다고 했고 나머지는 할부로 사면 된다는 배짱 좋은 녀석이다.
제발 누군가 짝을 만나서 내 짐을 덜었으면 좋겠는데 나이도 어리고 여친도 없다.
그 짝에게 '절대로 반품불가' 다짐을 받고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