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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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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강물에 두서너개 떠다니는 나무...


BY 선률 2006-06-16

1편..

 

 아직 해가 안떴나.. 침대에 누워 눈도 안뜬채 잠을 깰까 좀더

 잘까 잠결에 뒤척이다  얼마전 거실창가에 달아놓은 차양에

세차게 부딪쳐 내리는 빗소리가 들린다..

 

'비가 내리네~  왜하필 이럴때..'

 

무겁게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오니 집안은 칠흙같고 비는

정말 세차게도 퍼붓고 있었다..

한참동안 거실창가에 서서 새것인티가 확연히 나는 차양에

미끄러지듯 빗물이 두두두두 떨어져 내리는걸 바라보고

서있었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갔구나..'

 

남들은 하루가 시작되었다고 할 시간에 난 또 하루가 갔다고

손가락을 세어보고 있었다..

남편이 집을 나간지 나흘째가 되가고 있는 날이었다..

쇼파를 걷어 버리고 직사각의 대쿠션을 놓은 자리에 털푸덕

누워 시간도 참 빨리간단 생각끝에 난 오늘 뭘할까 고민을

시작했다..

결혼하고 남편의 바램대로 늘 퍼머머리로 지냈던 나는

 

'그래 머리부터 쫙 펴버리자!'

 

츄리닝을 갈아입고 슬리퍼를 신고 커다란 골프 우산을

높이 쓰고 이동네 처음 이사와서 부터 단골인 미용실로

향했다..

나이 사십에 아직도 미혼인 원장과는 언니동생사이가

되버려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너무나 반갑게 맞이해준다..

 

"파마머리 지겹다.. 쫙 펴버려라!"

"응 알았어~"

 

손님같지 않은손님.. 알아서 커피 타마시고 탁자에 발을

올려 놓고 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 무지 많이 자랐다 야.."

 

"그러게 스트레이트 하면 더 길어 보이겠지.."

 

"근데 넌 애도 없는데 안심심하니? 뭐라도 해야잖아.."

 

"생각중이야~"

 

머리에 약을 바르고 쇼파로 옮겨 앉아 누군가 풀다말고간

스포츠 신문에 낱말퀴즈를 힐끔 눈으로 풀고 있었다..

내가 풀겠다고 덤볐다가 모르면 어쩌나...

역시 모르는 문제다..

'뭐더라? 뭐더라?' 한참 고심을 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낯선 번호여서 받을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여?"

 

"아네~ 부동산인데요.. 집 팔렸나요?"

 

"아니오 아직 안팔렸는데요.."

 

"낼 집좀 보러 갈까 하는데 괜찮지요?"

 

순간 많은 생각이 밀려 왔다..

이미 얼마전 집은 포기하자고 남편과 이내 연장신청까지

해놨는데 이걸 그냥 보러 오러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나 고민과 달리 답은 잽싸게 나갔다..

 

"예~ 근데 문제가 있어요.. 은행에서 대출을 80% 상환

해야 승계를 해준대서 얼마전 작자 나섰다가 무산

됬어요.."

 

"그거야 뭐 산다는 사람이 현금이 많으면 집만 괜찮으면

살수도 있는 거죠 뭐.. 일단 가볼게요.."

 

"그럼 그렇게 하시죠.."

 

중화제를 바른다고 머리를 뒤로 젖히고 머릿속으로

중화제가 슬금 슬금 타내려 가는걸 내 목으로 힘을주면

마치 흐르는걸 멈출수 있는양 있는대로 목에 힘을주어

뻣뻣한 채로 집문제를 고민했다..

 

'그래.. 어쩌면 당행히 누군가 집을 산다고 하면 오히려

잘된일인지도 몰라..

환경도 바꾸고 새로운 뭔가를 해볼 자본금이 생기는

거니까 이게 기회일지도 모르겠네.. 차라리 제발 작자가

맘에들어 산다고 했으면 좋겠다...'

 

내나이 서른 다섯에 결혼을 하면서 신혼집을 내가 처녀적

마련해놓은 집에서 차리게 되었다..

독신주의를 꿈꾸며 여자혼자 살기에 집이라도 있어야

모양새가 좋겠다 싶어 무리를 해서 대출을 좀 많이 받아

빌라를 사놓았었던것이다..

빌라를 왜사냐는 주변의 만류에도.. 그때 갖은 돈으론

빌라정도 살수 있었고 그리고 평생 혼자 살건데 집값

떨어지는게 무슨 대수냐며 고집스럽게 이 집을 사버리고

만것이었다..

남편은 마흔의 나이에 자기집이 있었지만 노모와 형편

어려운 형님네가 살고 있었기에 그냥 두고 내 빌라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것이었다..

그러나 남편은 빌라를 좋아하지 않았다..

길가다 우연히 아직도 다 쓰러져 가는 판잣집 동네를

보며 놀라움으로 한마디 했다..

 

" 어머~ 아직도 이런 동네가 남아 있네.."

 

" 그래도 저사람들은 얼마 있으면 아파트 딱지 생길

사람들이야.. 지금 사는 모습이 저래도 조만간 여유

생길텐데.. 오히려 저집이 감사 할걸.."

 

아마도 곧 개발이 되는 동네 인가보다고 잘됬다며

맞장구를 쳤다...

거기서 그말만 했으면 좋았으련만 남편은 말을 이어

나갔다..

 

"저런 동네도 이제 곧 다 없어 질거야.. 이제 판잣집은

빌라가 판잣집이 될걸.." 

 

".........."

 

우리가 사는집이 빌란데 어찌 그런 심한 말을 할수 있나

뭐라 말해봤자 싸움만 될것같아 속으로 기분이 잦아

들었다..

아마도 내명의고 내집이지 자기집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러지 않나 싶어 내심 서운한맘이 기어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편 성질에 내가 쫑알거리기라도 하면 아마

별일 아닌거에 예민하게 군다고 오히려 퉁박을 줄거란걸

잘알기에 그리 얼굴에 웃음만 걷어 버렸다..

 

 남편은 한동안 주말마다 화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야생초에 빠져서 난 들어도 못외울 이름들을 나열하며

주인장과 한시간이 넘도록 대화를 나누고 있곤했다..

앉을데도 없는 화원에서 눈에도 안들어오는 화초를

어슬렁 거리며 구경하면서 빨리 대화가 끝나기를

무척이나 지루하게 기다리곤 했었다..

이내 몇십만원이나 하는 야생초를 한봇다리 사서

차에 싣는다고 화원앞으로 차를 끌고 오란다..

차를 가지러가서 난 차안에서 군시렁을 시작한다..

 

'저렇게 비싼걸 눈하나 깜짝도 안하고사네..

그돈에 반만이라도 날 주지.. '

 

그러나 야생초는 차에서 내려 지지 않는다..

집에 베란다가 작아서 화초를 키우기가 힘들다고

사무실 베란다에 자기만의 화원을 가꾸는 남편

이었기 때문이다..

난 그비싼걸 구경조차도 못하고 살았다..

 

결국에 내가 이 집을 팔아버리고 아파트 월세라도

가자고 졸라댔다..

아파트 베란다에 그놈의 야생초들 다 가져다 놓고

맘놓고 돌보라고 꼬드기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화초 돌본다고 눈도 못뜨면서 한시간씩

일찍 출근하는것도 신경질이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은 내놓기가 무섭게 팔릴거란 부동산의

말과 매일 두서너번 집을 보러오는 사람들을 보며

집을 팔기가 어렵지 않겠다 마음을 놓고 슬슬 이사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중년의 아저씨와 아줌마.. 딸까지 대동해

일요일날 집을 보러왔던 사람들이 집을 사겠다고 한다..

은행에 승계를 알아보겠다던  부동산에서 화요일쯤

전화가 왔다..

 

" 어쩐대요.. 그집 팔기 힘들겠어요.."

 

"아니 왜요?"

 

"은행에서 80%를 현금으로 갚으래요.. 그 나머지만

승계를 해준다고요.. 감정평가가 삼년전보다 터무니

없이 내려갔다나 봐요.."

 

"아니 그런게 어딨대요.. 그럼 빌라산 사람들은 어찌

집을 팔으라고 이제와 그런대요.."

 

"저도 그렇게 따져 봤지만 은행에서도 어쩔수가 없다

면서 방법이 없다네요.."

 

"아니 빌라를 누가 현찰 다주고 산데요.. 대출껴서

서민들이 집장만이라도 해볼라고 사는건데 그렇게

대출을 깎아 버리면 어쩌라는 거래요.."

 

그렇게 하나마나한 입씨름을 한참을 부동산 여자와

하고 난다음 남편에게 전활 걸었다..

 

" 집 못팔게 생겼다.. 어쩐다지.."

 

"그냥 조금 더 살아보자.. 어쩌겠냐.."

 

그나마 또 대출 만기가 바로 다음달로 다가와 있었다..

은행에선 지금 살고 있는 사람에겐 그나마 10%상환

하면 일년 연장을 해주겠다고 한다..

남편은 그돈 오백만원을 줄테니 갚고 조금더 살아보자고

했고 그렇게 베란다에 차양을 내걸고 다시 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집을 보러 온다니 팔자고 보여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조금 갈등했지만 이내 이기회가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건 이제 남편과 커다란 변화를

맞이 해야 올때가 온것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