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남편은 내 말을 듣는둥 마는둥 아무 대답이 없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오늘따라 기분이 얺쟎다
아니, 도대체 이유가 뭘까?
산만한 사람도 아니고 좋아하는 야구나 축구를 보고있는 것도 아닌데....
"아니, 자기는 왜 내말에 대답안하냐고?"'
.....
아무 대답이 없다.
"대답하기 싫으면 마라.
.......
잠깐동안의 침묵이흘렀다.
"쌀사러가야 되는데...., 자야가 가라."
퉁한 소리가 났다.
"뭐필요한지 적어서 도".
무뚝뚝한 소리가 내귀를 울린다.
전에는 마트에도 같이 가고 했는데, 가게를 하면서 우리는 번갈아서 생필품을사러 다닌다.
남편의 생각은 가게를 하는이상, 문은 절대 닫으면 안된다. 무조건 열어둬야한다.
근데 그러기가 쉽지가 않다.
둘만 있다보니.....
조그만 메모지에 쌀, 대파, 참기름, 달걀, 두부.....
적어서 종이를 자기앞으로 내밀었다.
종이를 받아서 한번 훓어보더니.....
참기름은 무슨상표를 사야되는지 묻는다.
대충 대충 대답했다.
"두부는 한개 더 주는거 사면 되제?"
당연한 듯이 내게 물었다.
"한 개 더주는거 사면 되는데, 순두부 주는거 말고 똑같은거 주는걸로 사야된다."
"안다."
하긴 귀에 못이 박힐만도 하다.
기왕사는거 똑같은거 하나 더 주는 걸로 사야 좋지 않겠냐고 마트 갈때마다 일러줬으니까 말이다.
근데 가끔씩은 자기 맘대로 사오기 때문에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
마트에서 이것저것 둘러보면 내 얘기는 까마득해지는 모양이었다.
"적어준거나 까먹지 말고 다 사온나'"
못미더운듯이 말하자 남편이 기가막히다는 듯이 대꾸한다.
"내가 니가?"
샐쭉해져서 눈을 흘기니까
가게나 잘보고 있으라며 휭하니 가버렸다.
뒤통수에다 대고
"참기름은 절대 까먹으면 안된다. 오늘 꼭 필요하다. 알았제?"
남편은 차안에서 걱정말라는듯이 손을 휘둘렀다.
설마 참기름은 안까먹고 사오겠지.
믿었다.
예전에 한번 멸치다시를 낸다고 멸치 은빛나는 깨끗한 걸로 한봉지 사오라고 했더니 대답은 찰떡같이 하너니... 황당해서....멸치다시다를 사온것이 아닌가
"이게뭔데... 이게 멸치가, 내가 못살겠다.
아니 내가 은빛나는 깨끗한거라고 했쟎아.
자기 눈에는 이게 은빛나나?"
성질을 막 부렸더니, 미안했는지 한다는말이
"국물낼때 그걸로 내라. 니생각해서 갈아논거 사왔다아이가".
답답했는데....
하긴 이런일이 한두번도 아니니....
한시간쯤 지났을까
문을 박차고 들어와서는 차에 있는 물건을 내리자고 했다.
나는 얼른 나가서 차 안을 뒤져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건 다 있는데 참기름이 없었다.
어 그런데 식용유가 두명이나 있네....
"식용유는 뭔데? 참기름은?"
그러자 남편이 하는말
"참기름 거 있네'"
하면서 식용유를 가르키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아주 만족한 목소리로
"오늘 그거 한 개 더 주더라, 니가 한개 더 주는거 사오라면서.... 잘했제?"
하면 씨익 웃는것이 아닌가
휴~~ 뭐라 해야할지 순간 망설여지면서 웃음이 풋 터져나왔다.
"자기는 식용유하고 참기름하고 구분 못하나 이게 참기름이가... 내가 몬산다."
그제서야 남편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하는말이
"아니, 두개준다해서 샀지.. 음식할때 그거 넣대."
아마 내가 올리브유를 야채샐러드할때 넣는걸 본 모양이었다.
남편의 해명은 이랬다.
마트에서 참기름을 고르고 있는데, 옆에서 1:1행사라고 적혀있는데 보니까 식용유가 두개씩 묶어져서 가지런히 놓여 있는데 그걸보는순간, 내가 항상 하던말이 생각이 났는데 기왕 살거면 하나더주는거.... 음식할때 쓰던것도 봤겠다. 얼른 장바구니에 주어 담았다는데... 그게 식용유였다.
참 어이가 없는 반면, 다행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내 말은 안듣는척 하면서 다 듣고 있었네 하는 다행스러운 마음과
사오라는거 안사오고 종이에 적어주기까지 하는데도 엉뚱한 거 사오는것에 대해서....
"답답해서... 앞으로는 내가 다시는 당신한테 뭐 시키는가 봐라."
혼자 씩씩거리고 있는데도 남편은 어느새 소파에 누워서 꼼짣도 않고 TV리모콘만 만지작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