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신「디오니소스」사촌은 될 듯한 술꾼이 있었다. 그는 매일 술을 마셨는데 정신을 잃는 날이 많다. 취기가 오르면 여러 술집을 옮겨 다녔고 큰 소리로 고함도 치고 노래도 부르며 점차 만취가 되어 갔다. 드디어 어떤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쓰러졌지만, 정신이 들자 술을 더 가져오라며 고함을 지른다.
참다못한 술집 종업원이 술꾼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조용히 부탁했다. 그러나 유쾌하게 마셨던 술이 이미 주정을 위한 도수에 다다랐기에 술꾼은 막무가내로 술을 더 가져올 것을 요구한다. 더 두고 볼 수가 없었던 종업원이 술꾼을 강제로 문밖으로 내쫓았다. 밖에서 들리던 고함소리도 잦아들고 술집에 있던 사람들은 그제야 술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문이 열리고 예의 그 술꾼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종업원이 기막혀하며 바라보자 술꾼이 게슴츠레 실눈을 뜨고 한마디한다.
"아 아니, 자네 이 집에서 일을 하는가? 난 자네에게 쫓겨나서 다른 술집을 찾아 왔는데……."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람들 옆에 가서 들어보면 그렇게 마셔야 할 이유는 다 있다. 그래서 근심을 없애는 데는 술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한다. 적당히 마신 술을 정신이 지배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보약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보약이라고 해도 잔이 넘치면 이렇듯 실수를 하게 된다.
한때 꽤 많은 술병을 비웠다. 그렇게 위장에 술을 부어 화기(火氣)를 누르고는 하였다. 그때의 주독이 아직 남았는지 지금은 적은 량의 알코올도 위장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젊음을 무기로 객기는 부렸지만 결코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평소 존경하는 S선생은 술만 들어가면 이성을 잃는다. 그렇게 보였다. 하늘로부터 무료로 임대 받아 사용하는 몸이라지만 보기에 딱할 정도로 학대까지 한다. 역사와 민족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무리 애국(愛國)을 위한 울분이라고 해도 취기가 더해지면 설득력은 약해진다.
저녁바람이 찬 이즈음 모임이 부쩍 많아졌고,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술병을 비우는 일이다.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시는 지경에까지 도달해야 비로소 시작되는 S선생의 나라 사랑법(?) 강론을 두 번은 들었지만, 세 번째는 사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