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내가 태어난 이유를 골똘히 생각해본다.
태어난지 오십년이 지나도 한 참 지났는데,
어쩌자고 자꾸 원천적인 질문을 지금에서야 시작하는지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
무슨 철학자도 아니고 사유를 들먹거려가며
잘난 구석도 하나도 없고 해 놓은 것도 별로 없고 돈도 벌어놓은 것도 없는데
내가 왜 살아야 하나 이런 저런 별 시덥지 않은,
어디 마땅히 쓸모도 없는 잡동사니만 머릿속에 잔뜩 생겼나
어떻게 갔다 버리나 분리수거도 안 될 것들이
수북하다.
사람은 좀 단순하게 살아야 가장 잘사는 방법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어렵고 복잡한 것 딱 질색인데,
그런 것만 피할려고 하다가 더 복잡하게 살게 되었나보다.
여우 피한다고 도망갔더니 범 만난다고 하더니 요모양 요꼴이 될 줄이야.
아들이나 딸이나 크면 다 지 인생이 따로 찾아가는 것이 정상인데,
내가 지덜을 어떻게 키웠는데 말해도 잔소리일 뿐이고.
말 안해도 당연한 거 아녀 이러는 세상인데 입이 있으면 뭐하노
그냥 내가 요즘 왜 이러나 아무리 원인분석을 해도 시원치가 않다.
해가 바뀌고 새로운 명절이 와도 그저 그렇고
나이만 자꾸 늘어 보는 눈만 바쁘다.
작년에 없었던 얼굴주름보고 이게 언제 생겼지 내 얼굴보고 놀라니
남들 뭐라고 해도 그 날 그 날 다른 몸이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
정신을 바짝 차려 새로 갱신하는 몸 자꾸 살펴봐야지 해도
젊어서 절대 몰랐던 그냥 지나쳐 버린 시간의 역습이 한도 끝도 없다.
새로 갱신한 보험은 보험료도 오르는 것처럼
몸도 많은 관심을 두 배 세 배 요청한다.
백세시대에 오십년에 한 번식 갱년한다는 법칙도 없지만
어쨋거나 새로 시작하는 것은 맞다.
또 하루가 갱신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