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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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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년짜리 갱년기


BY 천정자 2016-02-05

 

요즘 들어 내가 태어난 이유를 골똘히 생각해본다.

태어난지 오십년이 지나도 한 참 지났는데,

어쩌자고 자꾸 원천적인 질문을 지금에서야 시작하는지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

 

무슨 철학자도 아니고 사유를 들먹거려가며

잘난 구석도 하나도 없고 해 놓은 것도 별로 없고 돈도 벌어놓은 것도 없는데

내가 왜 살아야 하나 이런 저런 별 시덥지 않은,

어디 마땅히 쓸모도 없는 잡동사니만 머릿속에 잔뜩 생겼나

어떻게 갔다 버리나 분리수거도 안 될 것들이

수북하다.

 

사람은 좀 단순하게 살아야 가장 잘사는 방법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어렵고 복잡한 것 딱 질색인데,

그런 것만 피할려고 하다가 더 복잡하게 살게 되었나보다.

여우 피한다고 도망갔더니 범 만난다고 하더니 요모양 요꼴이 될 줄이야.

 

아들이나 딸이나 크면 다 지 인생이 따로 찾아가는 것이 정상인데,

내가 지덜을 어떻게 키웠는데 말해도 잔소리일 뿐이고.

말 안해도 당연한 거 아녀 이러는 세상인데 입이 있으면 뭐하노 

그냥  내가 요즘 왜 이러나 아무리 원인분석을 해도 시원치가 않다.

 

해가 바뀌고 새로운 명절이 와도 그저 그렇고

나이만 자꾸 늘어 보는 눈만 바쁘다.

작년에 없었던 얼굴주름보고 이게 언제 생겼지 내 얼굴보고 놀라니

남들 뭐라고 해도 그 날 그 날  다른 몸이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

 

정신을 바짝 차려 새로 갱신하는 몸 자꾸 살펴봐야지 해도

젊어서 절대 몰랐던 그냥 지나쳐 버린 시간의 역습이 한도 끝도 없다.

 

새로 갱신한 보험은 보험료도 오르는 것처럼

몸도 많은 관심을 두 배 세 배 요청한다.

 

백세시대에 오십년에 한 번식 갱년한다는 법칙도 없지만

어쨋거나 새로 시작하는 것은 맞다.

 

또 하루가 갱신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