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거리를 걸어 다녀보면 기분이 이상하다.
괴기영화에 느닷없이 툭 튀어나오는 공포가 괜히 영화로 찍었을까?
조금 있으면 휴가를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짐 싸서 나오는 피서객들이
거리에 엄청나게 넘칠텐데, 요즘은 나도 운전하면서 이렇게 교통체증이 없음 누가 약속장소
늦게 도착했다고 차가 막힌다고 변명도 못하겠다.
원래 방한퉁수 체질이라 잘 안 돌아 다니고 세상 돌아가는 이재에 밝지 않은데다가
느리고 게으르고 굼떠서 진짜 요즘 스마트한 시대에 사느라 고생이다.
오는 전화 잘 받고 거는 전화 잘 받아주면 그저 고마운거니까 이렇게 살다보니
복잡한 거 딱 질색이고, 나이드니까 귀찮아진다.
뭐 좀 배울려면 이 기계를 먼저 다룰 줄 알아야 하는데.
내 말을 알아듣는 건지 못 알아 듣는 건지 당최 알 수도 없고,
시원찮으면 말 안듣는 일곱 살짜리 선머슴 꿀밤 한 대 패듯이 때리고 싶은데
센서가 고장나면 그 건 못 고쳐 준다고 하니까 살살 다루자니 복장 터진다.
폰도 마음이 있나 지 맘대로 화면이 팍팍 바뀌는데
내가 쓰는 주인인지 전화가 나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는 건지
너 왜 이러니 이러고 싶은데 누가 보면 전화기 때문에 미쳤다고 할까 싶다.
서비스 쎈타에 가보니 의외로 나랑 같은 증세인 어떤 아줌마가 큰소리로 떠드는데
" 이거 왜 이렇게 말을 안들어요? "
수리기사가 그런다 백업을 하셔야 하는데 안해서 그렇다고 하니까
"제가 빼긴 뭘 빼요? 전 하나도 뺀 적 없어요?"
그 말을 들은 수리기사가 그런 고객을 많이 봤나 보다.
웃지도 않고 백업에 대한 설명을 천천히 하는데도
그 아줌마 단 한마디의 대답이 내 심정이었다.
" 딴 거 모르겄구 화면이 안 뜨니께 빨랑 빨랑 움직이게 해 줘? 총각 좀 애좀 써 봐!"
메르스 때문에 걸친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얼굴도 후덥지근한데다
뭐리고 하긴 하는데 알아들을 수 없을 땐 화도 난다.
나는 그 말이 아닌데, 상대방은 알고 있는 줄 알고 설명을 하면 뭐하나
복잡하고 편리한 세상이 웬수가 된 거다.
우리집이 하도 가난해서 내 나이 이십 대인가 그 때 꺼먼 흑색 전화기 처음 들여 왔을 때
생각이 난다. 그 당시에 손에 쥐고 돌아다니는 전화기는 상상도 못 해 봤는데.
내 인생에도 오랜 된 기억이나 쓰잘데 없는 것들이 가득차서
이렇게 게을러졌나 상상도 해본다.
산뜻하게 버릴 것은 버리고 정리하고 잊어버려도 아무 탈 없을 일들이
이상하게 자꾸 더듬어진다.
비록 흑백사진이라도 명암이 정확하게 구분되어 인화 된 장면들을
살다가 느려진다고 빼고 말고가 좀 그렇다.
그 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누리고 살았는지
잊어먹지는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