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금연을 시작한지 한 달이 거의 다 되간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몇 칠전에 밤 아홉시만 되면 잠 잘 자는 잠퉁이 마누라를 발로 쿡쿡
차면서 어이 나 배고파 뭐 좀 없냐고 보챈다. 어린 애들 간식 달라는 거 마냥 똑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집은 일찍 잠을 자느라 야식을 먹을 새가
없었다. 그나마 애들 크는 동안 지금의 아파트가 아닌 버스로 한 참 구비구비 산 넘어 다리 건너 오는 시골오지라 배달을 아무리 많이 주문해도 넘 멀어 못 온다는 곳에 살았다. 저녁에 치킨 시키면 바로 오는 동네에 언제 이사가냐고 중국집에 자장면 시키면 바로
배달되는 동네로 이사 가자고 아들놈이 그랬는데, 그 아들의 그 아버지도 늦은
밤에 뭐라도 시켜 먹자고 보챈다. 졸린 눈으로 스마트폰을 보니 밤 11시 반이다. 괜히 신경질이 난다. 금연은 남편이 하는데 귀찮은 일은 내가 다 해야 하니 이거 금연이고 뭐고 다 중지하라고 하고 싶은데 남편 얼굴보니 이런 말하면 좀 뭐하지만 꼭 마른 북어처럼 푸석푸석하고 영양 보충을 치킨으로 할 게
아니라 뭐 좀 거하게 보신으로 먹여야 될 둣 싶었다. " 뭐 먹고 싶은디?" 했더니 "찹살떡!" 배달음식 중에 떡도 배달이 되나 검색을 해보니 그림이 딱 화면에 뜨는데 어떤 여자 얼굴이 눈은 게슴츠레 떳는지 감았는지 입은 헤
벌리고 노안이 온 나에겐 그렇게 보였다. 요즘은 사람 얼굴모양을 한 떡도 배달
해주나 보다 했다. 다시 검색을 해보니 영화가 뜬다. 가만히 보니 야동 제목이다. 졸리긴 하지 떡 먹고 싶다고 징징 거리는 남편 앞에 그 여자 얼굴을 보여
줬다. " 이 여자가 떡하고 나와 이 것도 주문하면 배달 해주나?"
했더니 " 누가 여자 배달하래 찹쌀떡 달랬지?" 남편이 언성이 높아진다. 아무리 뒤져봐도 없다. 괜히 야리꾸리한 영상만 자꾸 열어진다. 내일 사다준다고 했더니 언제 기다리냔다. 이거 참 남편 담배끊는 거보다 더 대단한 집안 일이 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