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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가는 게 겁나 무서운 부자들


BY 천정자 2014-06-29

 오십이 안 되서 남편은 치아가 풍치라며 몽땅 빠졌다.

대신에 틀니를 맞췄는데  나는 자다가 남편의 머리맡에 빼놓은 틀니가 담긴 컵을 엎어

난리 소동을 벌여 이젠 자면서도 낀 틀니를 하니까 그럴 일 없었다. 그런데 잇몸이 아프단다. 잇몽이 아퍼도 치과를 가야 한다고 했는데. 아직 언제간다고 대답이 없다. 남편의 아들도 유전인가 툭하면 이빨 아프다고 치과를 간다는데, 겁많은 것도 어쩜 그리 남편을 닮았는지 가야지 하면서 날짜를 못 잡는 것도 남편이랑 어쩜 그리 똑같은지 진짜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이빨 다 빠진 남편의 동생도 반은 틀니고 나머지는 심은 거라나 뭐라나 아무튼  소를 키우는 농장에서 일을 하는데, 가끔가다가 나 몰래 남편은 농장에 가서 무임노동을 해주고 그러길 몇 번을 했는지 모른 척하는 나도 본인도 참 곤란한 지경이다. 가족이라고 그냥 봐주는 것도 한 두번이지. 이건 알바도 아니요 자원봉사도 아니고, 따지는 데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형수가 어려워서 나 몰래 그렇게 몇 번을 일을 시켰는지 나도 아직 모른다. 그런데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한 번은 나에게 시동생이 전화가 왔다.

" 저기 형수 내가 긴히 할 애기가 있는디 집으로 갈께유!"

 

나 있나 없나 알고 오는 시동생인대, 무슨 일인지 진짜 내가 다 궁금해서 얼른 오라고 했다. 남편도 마침 나랑 같이 있으니까 잘됐다고 했다. 동서랑 같이 온 시동생이 잘 걷지를 못한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하니 허리가 아퍼서 그렇단다. 아니 얼마나 허리가 아프면 잘 걷지를 못하냐 우릴 오라고 하지 아픈 환자가 일부러 찾아 올 만큼 무슨 큰 일이 생겼나 보다 했다.

 

" 저기 형수 제가요 다음 주에 허리 수술을 해요. 근디 농장에 일을 맞 출 사람이 큰 형 밖에 없어서 부탁할려구 왔어요"

 

 애기가 길다고 한다. 허리 수술을 하면 한 육개월을 일을 못한단다. 그럼 지금 다니는  농장을  그만 둬야 된단다. 그런데 농장주가 누구라도 대신 일 할 사람을 맞춰놓고 수술을 하란다. 그러니 그 동안 알바도 아니고 자원봉사도 아니게 일을 해봤던 큰 형이 아주 안성맞춤이니 육 개월 동안 월급을 드릴테니 도와 달란다. 시동생 애길 들어보니 세상엔  댓가 안치르고 거저 먹을래도 절대 공짜 없다고 하더니, 그 동안 굳이 왜 그리 아무때나 일 시켜먹고 돈 안줬냐고 따진 적 없지만, 일괄 소급적용해서 곗돈 타는 기분이 이럴까 싶다. 나 원 참! 나에게 허락을 받으러 온 것은 싫어도 좋아도 약 육 개월은 농장에서 남편이 살면서 일을 해야 하니 별거 아닌 별거를 하게 된 형수의 승낙이 떨어져야 하는것을 눈치 챈 셈이다.  흐흐 나야 좋지 요즘 착한 일을 삼대에 걸쳐 많이 해야 주말부부  된다는 세상이다.

 

그래도 마지못해 승낙을 한다고 말하고 남편은 이 틀 후에 소 밥도 주고 본인 말로는 소 눈깔도 맞추고 청소도 해준다나 뭐래나 아주 적성이 딱 맞는 직업을 골랐다. 워낙 깔끔해서 청소 전문회사에 취직해도 된 다고 내가 늘 골려 막었는데.

 

 집안 청소 잘하던  남편이 농장에 있는 동안 내가 대신 집안 청소를 하는데 해도 안 해도 하나마나 있을 땐 잘 모른다는 그  들고 난자리가 영낙없이 표시난다. 내가 해놔도 영 시원찮은 청소실력을 잘 아는 남편이 가끔  전화하는데 딴 거 안 물어본다.

" 니 오늘 방 닦았남?" 에구구 나가 있어도 그 잔소리 그렇게 전화에 대고 하고 싶을까만 확인하고도  인증받는 시대에 나도 한 마디 했다.

" 거기 농장보다 좀 깨끗할 겨!"

 

요즘 아들이 치과를 간다고 하는데, 그 알바때문에 못간다. 아마 덜 아프니까 겁많아 얼른 지 혼자 못가고 이래 저래 핑계만 대고 있는데 이 놈이 지 알바하는 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통 애길 안한다. 물어도 대답없는 너라고 해야 되나.

 

 그런데 남편이 오랜만에 식구들 모여서  외식을 하자는데 나도 그러자고 해서 다 같이 모였다. 두 남자 남편과 아들은 꼭 친구처럼 잘도 애기한다.

" 아빠! 요즘 농장에 소 몇 마리 키우는 겨?" 물으면

" 안 세어봐서 물러!"  참고로 여긴 충청도 딱 절반에 위치한 고장이라 몰라를 물러로 대답한다. 그래도 알아듣는 두 남자의 대화에 남편이 아들에게 이 번에 질문을 했다.

" 니는 무슨 알바를 하는 겨?" 했더니"

" 응 소고기 사소~~~, 수제소시지 사소~~~" 이런다.

 

옆에 있던 나는 대뜸 이 눔아 시장에서 고기 파냐 했더니 이름난 무슨 마트에서 고길 판단다. 하루종일 외치고 서서 일하니까 겁나게 힘들단다. 그 애길 듣던 남편이 그런다. 남의 돈 벌기가 어디 쉬운 줄 아냐 니가 그 고생을 해야 나중에 너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나 뭐라나 한 바탕 한 연설한다. 안 들어도 다 아는 애긴데 그러니까 남편은  소 키우고 아들은 고길 팔고 참 환상의 부자관계다.

오늘 그렇게 외식을 하면서 그랬다.

" 둘 다 치과 올 해 가기 전에 갈 거여?" 했더니

둘 다 꿀먹은 벙어리가 됐나 눈만 꿈벅 꿈벅 .

 

아이그 이 눔아 니도 니 아빠처럼 이빨 몽창 빠져서 틀니하고 싶냐 했더니 

흐흐,,나는 엄마 닮아서 안 빠질거유~~

 

뭐?  이런 눔이 내 아들인겨...ㅎㅎ  아무래도 내가 질질 끌고 가야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