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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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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유월이 오면


BY 천정자 2014-06-07

 

 

비오는 유월이 오면

 

 

 

나이 오십을 넘긴 아줌마가 아직 된장  고추장을 담지 못한다.

 

자수해서 광명찾아 하는 고백이라고 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창피하다.

 

어디 된장 고추장뿐일까, 요즘 열무김치 물김치 진짜 먹기는 좋아하는데 담는 것은 잊어 버리고

 

맛은 찾아다니니 울 엄마가 늘 전화로 종종대신다.

 

" 니 김치 다 먹었냐?" 다 먹었다는 대답을 듣고 엄마는 김칫거리 사서 못난이 딸 하나 김치 담가주는 것이

 

낙이 되었는지 으례 당연하신 행사가 된지 오래되었다.

 

 

 

 

워낙 요 입맛이 토종이라 사이버상에 뜨는 맛집은 별로 관심이 없고 그저 김치 한 가지라도 나물 무침 제대로 무치는 집이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그 집으로 무조건 가는 집이 한 군데 있다.

 

 원래 삼겹살 집인데, 이 집주인이 애당초 노후까지 영업 이익이 나던 안나던 상관없이 당신들 노후에

 

심심치 않게 장사 해가면서 돼지를 직접 사육한다는 것이 다른 집과 좀 다르다.

 

밑반찬도 제철에 따라 나온 나물로 되면 되는데로 없는데로 운영하시는데

 

내가 이 집 고기보다 된장찌게에 반해 벌써 16년째 단골손님이 되었다.

 

 

 

 


할 줄은 모르는데 입맛은 토종인 나에게 어디 다른데 식당에 가도 아! 그 집에 가고 싶다 이 정도니

 

한 번은 제가 인터넷에 블로그에 맛집을 올려 드릴까요 했더니

 

손 한 번 휘휘 내저어가면서 넘 많이 와도 귀찮단다.

 

뭐든 적당한 것이 젤이라는데 어중이 떠중이 다 떠나가도 단골만 한 날 한 시에 다오라고 하면 식당이 메어 터질거란다.

 

비오는 유월이 오면

 

 

 

여름이 오면 땀이 많이 나니까 힘도 없고 입맛이 없으면 이 집 된장이 생각나서 줄래 줄래 찾아 가면 주인이 알고 묻지도 않고 나오는  된장 찌게를 숯불에 올려 놓고 천천히 끓여 내는 맛이 집에서 먹는 맛이 비슷할 리가 없다. 한 번은 남편도 그런다. 그 집 된장 먹으러 가야 되는데..

 

 

 

해도 벌써 반 년이나 지나간다. 세월호 사건도 있었고, 선거도 치뤘고 굵직한 사건 사고들을 반 년도 안되었는데 이렇게  많이 겪을 줄 짐작도 못했다. 앞으로 또 무슨 일이 터질지 곳곳이 잠재된 안전 불감증이 당연하게 만연하다.그럼에도 눈감고 모르척하면 되는 일들이 있을까 싶지만, 당장은 임시방편으로 끝까지 갈 길은 멀고 험난하다. 굳이 말해서 알려지는 사실은 아니지만 천천히 익은 된장 맛이 금방 만든 맛이 비교도 안된다는 것은 경험으로 체득한 지혜다.

 

 

 

 된장찌게를 끓이는 마음이나 된장을 먹는 마음이나 우리모두 같은 마음인데,

 

요즘 자꾸 이렇게 오래 된 것들이 귀해지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 촌스럽다고 감춰버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잘되는 것을 바란다면 정말 큰 오산이다. 비행장도 오산에 있기 하지만 착각도 유분수지 시간 거스리기 절대 없다.

 

 

 

많은 것을 모으려 했다가 잃어 버리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나이 드니까 좀 알 것 같다.

 

많이 가져봤자 다 쓰지 못하고 도로 주고 갈 걸 뭐 그리 애를 쓰는지

 

천천히 은근히 열을 받고  품고 온전히 끓여내는 뚝배기같이 

 

인생 참 오래오래 기다리는 것도 지켜보는 것도 전부 일 수 있다..

 

 

 

 


유월 산 하나 전체가 밤꽃 피워 열매 맺는 작업이 한 참인가보다.

 

밤꽃 향기가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그래도 어쩌랴 옆에서 그냥 묵묵히 한 계절만큼 기다려 준다는 것은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거리를 두고 같이 산다는 거다.

 

 

 

 


오늘 저녁엔 울엄마가 담가 준 된장으로 찌게를 보글보글 끓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