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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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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하트]요즘 수다 떠는 것도 힘들다


BY 천정자 2013-12-25

나는 이 땅에서 사는 늙어가는 아줌마다.

늙은 아줌마는 미인이거나 못생겼다는 것에

아주 사소한 문제 축에 끼지도 않는다.

대신 허릿살이 엉덩이 둘레보다 더 굵어져 뱃심만 두둑해져

배짱도 열 남자 능히 이길만큼 굵어졌다.

나도 이렇게 될 줄 전혀 몰랐지만,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그 동안 세금 잘 내고 교통법규 지키듯 법 잘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별것 아닌 것인데 목숨 걸어 놓은 것처럼 엄청 매달려 본적도 있다.

이런 것도 나중에 한 참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 아! 그 때 내가 왜 그랬지 그러지 말걸 하고

후회를 한 적이 한 두번 아니다. 늙은 아줌마가 되고 보니 건망증이 심해지니까 이런 저런 일도 메모해두지 않음 그나마 전설따라 삼천리 된 것들도 많을 것이다. 나의 애긴데 남에게 들을 땐 기분이 묘하다. 내가 정말 그랬을까 생각을 거슬러 추적을 해봐도 전혀 오리무중이다. 나는 정말 편리하게 망각을 잘 이용하는 것 같다. 내가 편리하게 써먹는 기술일 것이다. 전혀 기분 나쁜 말인데 한 해를 보내고 몇 칠 안 남은 12월의 달력을 보니 정신이 번쩍 난다. 아니 나는 그 동안 뭐하다가 여기 왜 이렇게 달력 앞에서 서 있을까...

침묵은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말을 안하는 방법이다.

벙어리가 아닌 이상 언제든지 말 할 수 있음에도 침묵을 지킨다는 것은

본인의 선택에 따라 언제든지 입술을 열어 목소리를 낼 수 있음에도 실컷 떠들고 수다를 떨어도 침묵하라면 아직 살아 낸 내공이 부족한 탓인지, 아님 그 단계까지 수양이 안되었는지 아직까지 수다 떠는 것이 더 편안하고 쉽다. 더 나이들고 늙어서 그 때가서 할 일이라고 생각도 해본다. 스스로 자문 자답에 혼자 결정하는 버릇이 자꾸 요즘 하게 된다.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

돈을 많이 모아서 재테크 선수로 나서볼까, 아님 그 돈으로 집 평수를 늘려 볼까 등등 거울보니 자꾸 쳐지는 눈가의 잔주름에 보톡스를 한 번 맞아 보는 것도 떠올려보지만, 그런 거 한 번 해봤자 내면의 구성에 잠시잠깐 일회용 만족으로 끝타날테고,  성형 중독이 괜히 걸리나 부족한 것 채워만 주면 되고 말 인생이 어쩌다가 임시방편이다.

어디에 꼭 매여 있믐 그 땐 잘 모른다. 고름이 처음에 찰 땐 터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듯이 아프고 불거지고 터져야 문제가 파악되는데, 이론상 잘 배우고 달달 외워도 그 인생에 요긴하게 써먹을 땐 잘 모르니 그게 또 문제라면 문제다.

올 한 해 지나면 나는 또 한 해 나이 먹은 늙은 아줌마는 확실한데

어째 이 마음은 자꾸 이 십대 컷트머리 바짝 깍은 내 얼굴에 멈췄다. 그 때가 언젠가 아른아른하다. 

잊지 않을려고 애를 썼는데 도무지 기억이 안나고 잊어먹지 말아야 사소한 것들이 건망증에 떠밀려 언제 그렇게 도망갔는지 확인도 안된다.

겁도 없이 오지랖만 무한대 넓어 사방팔방 참견 다하고 다니고도 모자라 천방지축 그 때 그 시절을 어떻게  기억도 새록 새록 자란다. 심지어 그 땐 고집도 지금보다 더 쎄어 아무도 나를 못 이긴 막무가내였는데 이젠 세월두께 켜켜히 쌓은 나이앞에선 그냥 속수무책이다.

 

어떻게 해야 잘 살까 보다 어떻게 해야 사는 동안 잘 마무리 하나 이것이 일이라면 일이 되었다.

타의 모범은 애당초 글렀다 치고, 나름 사는 방식이 남과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 단정지어서는 절대 안될 일이다.

 

 

나 혼자 잘 살아본다고 아둥바등 해봤자 나중에 지나고 보면 그것도 아주 사소한 별것 아닌것 참 많았다. 이래저래 올 한 해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나를 훈련시킨 시간이었다. 그런 과정없이는 절대 사람냄새 전혀 없는 인조인간 처럼 될 수도 있었겠다 싶으니, 고생도 해보고 어려운 일도 겪어보고 산전수전 다 지내야 후덕한 사람이 되는 것이 확실한 가보다.

 

아직도 어렵고 힘들고 산다는 것이 이렇게 오리무중 늘 답이 어디있을까 찾아다니는 심정이다.

요즘 뉴스를 보니 철도청 직원들이 절안에 갇혀 있듯 못 나오고, 바깥에선 언제 나오나 망보고 이런 웃지못 할 일들이 버젓하게 벌어지는데도  누구하나 제대로 말을 하지 않는다. 어느 쪽 편을 들을까 싶어도 양쪽 말 다듣고 삼자대면하는 그런 아주 기본적인 대화창구도 만들어 놓지 않는 것 같다. 미리 맞춰놓고 할테면 해봐라 대응방법이 어렸을 때 늘 겪은 방법인 것 같고, 살인의 추억처럼 반공의 추억이 될 것 같아 그 때 그 시절을 아시나요 묻지도 못하고 따지면 잡아가던 때를 겪어 봤으니 이런 집단적 트라우마가 또 돌아왔나 민주니 뭐니 개뿔 도로아미 타불이 될 것 같아 또 초조하다. 자식들이 살아 영구보존 대대손손 이어갈 역사적인 이 곳에서 잠시 사상 다르고 파가 다르다가 몰아부치는 패거리 집단 이기주의는 오래 가지 못한다. 화무십일홍이라고  괜히 나온 말 아니다.

 

정당하고 정직한 것은 당장은 힘이 없고 초라한 것 같이 보이지만, 그 시작은 아주 보잘 것 없고 미약했으나  끝은 아주 힘이 쎄고 오래 오래 가는 반영구적 에너지라는 것을 안다. 이런 것이 역사에 길이 길이 새겨지고 유산이 된다. 몇 칠 안남은 2013년 12월에 전혀 즐겁지 않은 엉뚱한  수다를 떨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쪼록 새 해엔 어려운 일들이 술술 풀렸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