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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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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도 내 속썩이더니..


BY 천정자 2012-12-22

친구의 남편을 친구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면

" 그렇게 내 속 썩이더니 벌받아도 싸다 싸!"

 

아침부터 전화통 붙잡고 한 애기 또 하고 옛날 애기 또하고 잊을만하면 이혼한 해부터 벌어진 사건들을

되새김질 하면 통화시간  한 시간 후딱 간다. 내 귀가 뜨겁다. 수다에 전화기 열 받은 건지 속으론 전화 끊고 싶은데 나라도 그 애길 안들어주면 이 친구 우울증 걸릴까 싶어 걱정이다.

 

그  때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애들이 어려서 오 갈데가  없어 나에게 엉엉울면서 나에게 어떻게 하면 좋냐고 나 어떻게 애들하고 사냐고 전화통 붙들고 울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나 지나 버렸다.

세월 참 무섭다. 너무 힘들어 죽을려고 베란다 옷걸이에 목매단다고 줄을 매고 잡아 당겨보니 끈이 끊어지지 않고 못이 빠져 죽는 것도 내 운명이 아니었다나.

 

돈이 없어 이혼도 못한다고 나에게 또 달려와 어떻게 하면 좋냐고 사정하니 중매한다는 사람들은 직업상 당당하지만, 이혼하고 싶어도 돈 없어 이혼못한다는 친구 속사정을 그 누구보다 환하게 잘 알고 있는 내가 어쩔 수 없이 진술서를 대서 해주고 어렵게 소송비용도 안들게 일을 진행하는 바람에 이혼이 되었다. 그것도 한 오 년 전이다.

 

그 때 내가 한 말이 있단다.

"네가 잘살아야 남편 보란듯이 복수하는 거다...'

이상한 것은  내가 분명히 그 말을 했다는데 나는 도통 그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헷갈린다.

이혼을 하는 마당에 위로차 무슨 말을 따로 해준들 귀에 들어 올리는 없을텐데,

이 친구는 내 말을 기억하고 정말 애들 데리고 악착같이 잘 살아 낸 것이다.

내가 잘살아야 내가 건강해야 애들한테 면목이 선다고 열심히 노력한 덕에 아들도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딸도 취업이 되어 동생 등록금도 생활비도 주니 이제야 얼굴에 웃음꽃이 피니까 참 보기 좋았다.

 

그렇게 이혼한 전 남편에겐 전혀 연락이 두절 되었는데,

얼마전 딸에게 교통사고 났다고 엄마한텐 알리지 말라고 문자가 왔단다.

딸도 어떤 아빠인지 잘 알고 있어 진짜 엄마한테 말하지 않았다는데

아빠가 전화로 그러더란다. 왜 한 번도 병원에 안 오냐고 딸한테 따지더란다.

그래서 딸이 그랬단다.

"엄마한테 알리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그 말을 전해들은 친구는 기가 막혀 자기 그렇게 힘들때 생활비 없어 돈 꾸러 다닐땐 남들 창피하다고 길거리에서  두둘겨 패고, 담석증에 걸려 병원에 입원할 때 남편이 되가지고 한번이라도 왔었냐고 막 따지고 싶었는데, 말하면 뭐하나 이미 남남이 된 마당에 혼자 병원에 누워 있어보니 아무도 가족이 안오면 얼마나 서러운지 직접 느껴봐야 안단다. 가족이 없어 혼자 병실에 누워있으면 얼마나 서럽고 힘든지 안겪어 본 사람은 잘 모른단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보호자 없이 다른 환자 문병 올 때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는지 나중엔 차라리 남이었으면 기다리지도 않았을 것인데, 아마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몇 달을 입원을 하여 치료를 받는 중이었던지 이미 남이 되버린  친구에겐 연락을 할 염치가 없었을 것이라 했다.

 

  그러게 왜 있을 땐 못하고, 자기 아쉽고 어려울 땐 없을 줄 알았냐고 세상에 어느 누가 안 늙고 나이 안먹는 사람있냐고 하는데, 내 친구 말하는 실력도 무진 늘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터라 명강사한테 듣는 강의보다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그 말을 듣는 동안 내 머릿속도 뒤죽박죽이다. 아무리 이혼을 골백번 했어도 자식앞에 어쩔수 없는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인데, 진짜 친구 말대로라면 더 늙기 전에 애들도 아빠도 뿔뿔히 헤어진 이런 상황을 누구한테 돌려달라고 사정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친구 말만 무작정 들어주는 외엔 현재로선 아무것도 해줄 것도 없으니 말이다. 어려울 때 같이 하는 가족이 늘 함께 하는 것도 복이라면 복이다. 좋을 땐 잘 몰라도 힘들 땐 사람알아 본다는 옛말이 하나도 그른 게 없다.

 

용서도 하나의 소통인 것 같다. 용서 할 때도 따로 있는 듯 싶고, 원없이 속풀이를 해야 그 복잡다단한 어려운 일들이 한마디로 저절로 해결이 되야 자연스럽게 해소과정을 겪어야 부작용이 없다. 올 해도 몇 칠 안남았다. 그럼에도 자꾸 달력의 아직 남은 숫자를 세어본다. 올 해 안에 아직 못풀은 사람관계의 감정을 안풀은 것이 있다면 내가 선택 안할 것일테고, 못풀은 한은 어쩔 수없는 경우일 것이다. 언제 풀 것인지 아직 잘 모르지만 오늘만큼은 자꾸 마음만 만지작 만지작한다. 손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를 검색해보니 또 연말연시 연하장과 같은 안부를 전할 준비도 해야겠다. 이젠 나도 오늘이 가장 나에겐 소중한 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