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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2살 아이의 손 물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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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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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BY 천정자 2012-01-26

새벽에 보일러가 터졌다.

부랴부랴 차단기를 내리고 얼른 펌프 모터의 플러그를 뽑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보일러가 몇 년이나 됐을까 거슬러 햇수를 세어보니까

가늠이 안된다.

 

아침이 되고 물을 틀으니 물이 안나온다.

습관적으로 익숙하게 수도꼭지를 틀었으나 물이 나올리가 없다.

응급조치로 모터플러그를 뽑아 놓은 상태니.

다시 플러그를 꼽으면 또 물이 분수처럼 솟아 오를테니

수리공을 부르기 전까진 꼼짝없이 물을 못 쓴다.

 

머리도 감아야 하고 밥도 해야 하고 오늘 아침반찬은 된장찌게를 보글보글 끓여볼려고

했는데, 나의 아침계획은 모두 없었던 걸로 한다. 그래도 이 정도 쯤이야 살다보면 그런 일 저런 일 다 겪나 보다.

 

한 친구애기가 문득 생각난다.

결혼 한지 이십 년 지나서 진짜 처음으로 결혼기념일날 근사한 레스토랑에 예약까지 해놓고, 저녁에 근사한 옷도 차려 입고 지하 주차장에 가서 차에 시동을 걸자 시동이 안 걸리더란다. 아직 내 친구는 운전면허가 없고 남편만 모는 차에 하필 그 날 따라 시동이 안 걸렸는지 모르지만 아무리 시동을 걸려고 해도 되지 않자 할 수 없이 결혼기념일이라고 멋진 옷을 입고 버스를 타고 가냐 마냐 택시 불러 말어 실랑이 하다가 대판 싸웠단다. 결혼 기념일날 부부는 실컷 싸우고 난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와 그제야 생각해보니 왜 시동이 안 걸리는지 그것이 궁금하더란다. 그 동안 한번도 그런 적이 없는 차가 하필 결혼기념일날 시동이 안 걸릴까 싶어 남편에게 다시 한 번 내려가서 확인하라고 했더니 그제야 그러더란다. 방전이라고 했는데, 운전면허 없는 내 친구가 잘 못 알아들은 말은 방귀라고 아니 차도 방귀를 뀌나?

 

그 대답에 남편이 거실에서 뒤집어지게 웃더란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웃으니 대판 싸우다가 웃다가 결국 화가 스르르 풀어져서 그 날 레스토랑은 못가고 집에 냉동실에 꽝꽝 얼린 만두를 잔뜩 쪄서 너 하나 주고 나 하나 서로 입에 넣어줘가며 결혼기념일을 지냈단다. 이 친구 요즘 면허를 땄단다. 그래서 차를 하나 샀는데 초보운전자가 새 차를 끌고 다니면 분명히 이리 저리 긁혀 헌 차가 된다고 오래 된 중고차를 샀단다. 나보고 시승을 같이 하자고 해서 갔는데, 차 뒤에 뭐라고 쓰긴 썼는데 좀 길다.

" 순발력이 좀 늦음" 20KM

 

나도 그 자리에서 와하하 웃어 버렸다. 그래 니는 좀 순발력이 늦긴 늦어, 휴대폰도 없이 버틴 기간도 한 십년만에 남편이 아예 개통한 휴대폰 단말기를 친구생일때 선물를 해서   집전화가 아닌 친구 핸드폰에 전화 건지 얼마 안된다. 거기다가 운전면허을 이제야 취득했으니 왕 초보운전자가 된 셈이다.

 

나보고 단단히 각오하고 안전벨트를 매란다. 겁난다. 순발력 늦은 내 친구의 옆 좌석에 앉은 내 얼굴이 심각하게 보였나 보다.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말라고 한다. 내가 천천히 간다나. 헤헤..그려 니 차에 써 있는 왕초보 저리가라 안내문 보고 전부 속력을 20KM즘 속도면 아마 도로 운전자 속만 엄청 터지지 교통사고는 좀체 나긴 힘들게다.

 

그런데 우리집 보일러 터진 애기하다가 갑자기 순발력 늦은 내 친구하고 아무관계가 없는데 왜 이 애길 쓰는지 모르겠다.

 

얼른 보일러 수리기사나 불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