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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같이 살집에 대한 이자부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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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


BY 천정자 2011-10-02

서울 선배님으로 모시는 왕언니 . 그러니까 나한테 한 참 위인 분인데

이 분한테 한 참 코를 골고 꿈까지 꿔가면서 잠 잘자고 있는 나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 니 아홉시 넘으면 잠자는 걸 알면서도 전화했다. 워낙 급한 일이라 그런데 통화 가능하냐?"

아이구 선배님 전화인디 어떻게 감히 제가 통화거부가 가능하냐고 그렇게 말한 후 선배님이 전화통화 내용엔 친동생 매제가 사업을 하다가 뭔가 잘못되어 구치소에 달려가고, 대신 여동생이 그 회사를 어떻게 운영 좀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모른단다. 문득 내가 생각이 나고, 그래도 회사 운영해 본 사람이니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보다 더 나을 것 같고

대표가 저렇게 되니까 별 별 사람들이 와서 참견하고 돈 달라고 하고 이거 저렇게 놔뒀다가는 정신병원에 자기 발로 입원하게 생겼다고 언니에게 구조요청을 해 왔단다. 그렇다고 그런 것 모르기는 동생이나 본인이나 거기서 거기고, 그래 부랴부랴 나에게 서울로 올라오란다. 그리고 만나서 애길 하자는데.

 

오죽 했으면 시골 구석에서 세월아 네월아 밤 아홉시만 되면 꿈나라로 간다는 한 번도 본적없는 언니의 후배를 찾아 나에게 연락을 했을까 싶고, 하긴 그런 일 안 당해본 사람 마음은 좀체 짐작도 못 한다. 어쨌거나 그렇게 부랴 부랴 호출을 받고 올라 오라는데가 제일 땅 값 나가고, 주차요금도 15분당 3000원이라나,  내 차는 얼마전 어떤 아가씨가 모는 차에 옆구리를 찔러 기스가 가고 좀 찌그러져 고치러 가긴 가야 하는데. 워낙 게을러서 차일 피일 미루다가 여태 못 고친 차를 끌고 거기까지 가니 선배님 나보고 허허 웃으신다. 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다.  선배님 여동생은 천상 집에서 살림만 도맡아 하는 전업주부처럼 생겼다. 그런데 그 쪽 눈치가 내 첫인상이 영 떨떠름한 표정이다.

 그렇기도 하겠지, 선배님도 나에 대해서 대충 애긴 해놨겠지만 진짜 촌에서 금방 올라온 아줌마처럼 보였을테니 기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그렇다고 안한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 사진을 미리 화상으로 봤으면 실망도 덜 할텐데.

 

같이 나온 사람이 그 회사의 전무란다. 그리고 직무대행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그 분이 올 때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살짝 선배언니에게 먼저 따로 보자고 했다.

당장 급한 게 뭐냐고 물으니 선배님이 그걸 잘 애길 안 해준단다. 글고 동생은 말해도 아무것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가 없어서 이해를 못하겠단다. 그래서 동생을 다시 따로 불렀다. 그리고 물었다.

" 혹시 직무대행한테 한 번이라도 회계장부 열람 좀 하자고 해봤어요?'

그게 뭐냐고 한다. 간단하게 말한다면 가정에서 가계부와 똑같은 것이라고 하니까 그제야 그런 것 있는 줄도 몰랐단다. 그 때 온다는 사람이 왔고 그 사람들 하는 애길 일단 들어 본 다고 했다. 남자둘이 나를 보는 눈치가 이거 웬 촌에서 금방 상경한 아줌마 저리가라 눈치다. 하긴 한 두 번 당한 일도 아니고, 사실 그런 것은 문제도 아닌데.

 

애길 들어보니 누군가 회사에서 내부고발을 한 것 같고, 그렇다면 회계장부를 더 확인해야만 일 머리를 알 것 같다고 했더니. 그 촌닭 보는 눈 빛이 딱 굳은 표정이다. 남자나 여자나 겉만 보고 사람 평가하는 것은 자기들 사정이고, 나는 거두절미하고 선배님과 여동생한테 당장 회계장부는 대표와 이사, 전무만 만지고 다루는 서류이니 만큼 그것부터 제출요구하라고 했다. 그렇게 헤어지고 난 후 난 다시 집으로 돌아와 어제 했던 것도 적지 않으면 몽땅 잊어먹는 건망증 심한 아줌마로 잘 살고 있었는데. 또 선배한테 전화가 온것이다. 그 회계장부를 우리집으로 보낼테니 읽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회사사람들이 내가 온 이후 그 때부터 무척 어려워 한단다. 아는 사람한테는 못당한다는 내 말이 정답이라고 그 많은 회계장부를 다 복사해 주더란다.

 

아이구..저기요 선배님 그럴 것 없이 제가 올라갈께요..그거 간단하게 확인하면 될 것을 여러사람 폐끼치는 것도 그렇고 내가 가서 확인만 하면 된다고 하고 그 즉시 또 올라갔다. 나에게 완전히 칙사 대접이다. 황송스럽게.

 

콩콩히 잘 따지는 것은 내 특기다. 그런데 상대방은 이게 젤 무서운 내부감사가 된다. 그러니 생긴 것은 촌닭인데. 촌닭중에 제일 사나운 쌈닭은 더군다나 성질도 젤 드럽다. 어쨌든 난 약 세 시간 동안 한 마디 말 없이 라면 한 박스 분량의 서류를 드려다 본 결과 법인의 통장에 입금 된 돈들은 정상적인 운영자금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니까 대표는  물증없이  심증만으로 구속되 수감중이라는 것을 말했다.

 

선배의 여동생은 이 사실을 가지고 얼른 남편에게 알리겠다고 대책강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에게 자문을 구했다. 간단하게 탄원서 쓰시고 거기에 증거자료를 증빙하여 자료를 제출해야 구제가 된다고 했다.  내 말을 듣고 또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무때나 전화 걸어도 되냐고 한다. 그리고 난 후 얼마전에 하도 상황이 어려워 점을 보러 갔더니 멀리서 온 귀인을 만나 일이 잘 해결 될거라고 하더니 정말 그렇다고 나에게 꼭 사례를 한단다.

 

가만히 그 말을 들으니 그럼 내가 멀리서 온 귀인인가?

허허,,참 세상 참 오래 살아 볼 일이다. 촌아줌마가 귀인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