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없다고 툴툴대서 그럼 우렁이라도 잡아오면 된장찌게 바글바글 끓여준다고 했더니
세상에나 비료푸대 한 자루 잡아 온 것이다. 이걸 다 언제 먹느냐고 했더니
" 니 또 누구 줄려고 하지?"
마누라 정신없이 남 퍼주는 거 디게 좋아하는 거 알아서
어디서 뭘 갖고오면 몇 개를 갖고 왔나 세보고, 어디 갔다오면 그새 내가 또 누굴 줬나 확인하고
난 그런 것도 모르고 있는 것 못보고 얼른 남 주고 퍼주고 돌리다가 판난다.
이 번엔 꼼짝없이 남편이 몽땅 우렁을 삶아 같이 까서 먹을 만큼 냉동실에 싸서 넣고,
볶아먹고, 쪄먹고 구워먹음 되지 누구 주기만 해봐라 내 다시는 안 잡아온단다.
아이구 냉장고가 작아 다행이지.
김치냉장고도 없으니 남의 냉장고에 넣게 생겼다고 하니
그럼 아예 주고 오지 누굴 약올리려고 그러냐는둥 자랑할려고 하냐는둥
서론 본론도 길어 이젠 결말을 짓는다.
무조건 다 삶으란다.
아무리 봐도 저건 일년내내 먹을 양이다.
진짜 남편은 우렁을 팩에 먹을 만큼 싸서 몇 개인지 세보고 냉동실에 넣는거다.
냉동실이 우렁이만 얼린 전용 냉동고가 됐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마누라가 좋아한다고 저렇게 많이 오로지 우렁이만 먹을 수는 없는 것이고.
싱싱한 거라도 몇 개월 오래 장기보관한다는 것은 맛이 없어지는 것이니
저걸 어떻게 한다 이 궁리 저궁리 하니 남편은 또 저 마누라 호시탐탐 누굴 줄까 그거 궁리 하는 줄 알고
그런다.
내가 몇 개 남았는지 다 세놨으니께 꿈도 꾸지말어!
참 신통하다. 울 남편 관심없으면 전혀 모르는 숫자엔 젬뱅이다.
한 번은 남편의 친구와 한 이틀 막노동을 했었는데,
일당을 통장으로 넣어준다고 이름하고 계좌번호, 주민번호, 심지어 본인이 전화번호등등 다 물어봐도
대답은 다 몰라, 그래서 그 담당자가 아는 건 뭐냐고 하니 응 그거 알려면 울 마누라 한테 물어 봐 그랬단다.
남편의 친구가 나에게 전화가 왔다.
" 아니 자기 주민번호도 모르고 어떻게 살았디야? 당장 남편 주민번호좀 불러봐유?'
그래서 나도 대답했다.
그거 몰라도 여태 잘 살았는디유..
내가 문자로 몽땅 남편의 신상정보를 보내고 나자마자 그 친구 부인한테 전화가 왔다.
" 아니 애 아빠랑 어떻게 살아? 세상에 사는 집 주소도 모르면 어떻게 한대?'
" 사는데 별로 지장 없어유 냅둬유 원래 그렇게 살았는디유 뭐!"
친구부인이 내 대답에 박장대소를 한다. 그려 다 안다고 잘사는 것도 없더라 맞어 맞어..
이런 사람이 우렁을 싼 팩을 하나 하나 다 세어보고 확인하니 기가 막힌다.
어쨋거나 저 많은 우렁을 마냥 찌게만 해 먹을 수는 없는 것이고.
에라이 모르겠다 싶어 장조림을 해먹을까 했더니 남편이 해 보란다.
우선 양파와 매운 풋고추랑 간장에 조리다가 좀 짠 것 같아 물을 더 넣고 마늘도 매실엑기스 좀 넣고
삶은 우렁을 넣고 쫄였다. 어머머 이 맛이 쇠고기 장조림보다 더 기가 막히게 쫀득거린다.
남편이 먹어보더니 저 냉동실에 있는 우렁은 이제부터 장조림 해먹자고 한다.
그래야지. 많이 해서 누구도 주고 이미 내 머릿속에 벌써 같이 나눠서 먹을 사람 명단이 주르륵 정해졌다.
뭐든지 같이 나눠 먹어야 더 맛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