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그렇지 나의 작가 글방에 글번호가 521번째란다.
살다보니 어지간히 수다만 늘더니 그래도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네버엔딩스토리
바로 내가 사는 애길거다.
요즘 우리집마당에 난리가 났다.
심지 않아도 들깻잎에 달래에 부추, 돗나물, 민들레, 취나물까지 온통 연두색으로 싹을 튀워낸다.
신기한 것은 움이 난다는 말 뜻이다.
작년 겨울이 그렇게 추웠는데 어쩜 자리이동도 하지 않고 그대로 그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다는 뜻으로
일종의 부활을 하고 있었다.
살고 있는 주인이 어지간히 게으르니 심지도 않을테니 당연히 가꾸지도 못할테고
그러니까 지들끼리 움트고 또 움나서 스스로 알아서 살다가 때 되면 지고 떠난다는 말 없이 사라지는데
그걸 먹고 또 살아도 고마운지 감사한지 그런 것은 전혀 생각도 안 해줘도 툴툴거리거나 성질 한 번 안내는
그야말로 작은 풀이 거목과도 같은 성격의 소유자들인 셈이다.
요즘같이 나 좀 알아달라고 그것도 모자라서 광고에 입소문에 얼른 얼른 빨리 온 세상에 퍼져야 그것이 성공이라고
하는데, 전혀 어울릴 생각도 없는 나한테 무한대로 값없이 제공해주는 은혜를 입고 사는데
입이 근질근질해서 또 어디다가 떠들어야 좀이 좀 풀리니 에이그 이 수다는 천상 죽어야 끝이 날려나 보다.
남편이 작년에 심었던 자리에 또 왕토마토며 오이에 고추를 심었다.
그래도 손바닥만한 텃밭이 남았다고 열무씨를 뿌렸나 보다.
키가 올망졸망 앞서거니 뒤서거니 연두줄기를 세우더니 몇 칠 내리는 비에 훌쩍 제법 키가 컸다.
키가 크니 다닥다닥 붙은 뿌리들을 솎아 줘야 제법 열무태가 난다고 작고 여린 것을 뿌리째 뽑아 살짝 무치고
금방 한 따듯한 밥 한공기랑 된장을 오래 지져 그 국물에 밥 비벼먹으니 스르르 잠이 온다.
또 비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지붕을 두둘기고 마당에도 떨어지는 비가 내리는 소리에
문득 우리집 뒤란에 오래 된 사철나뭇가지 사이에 산비둘기가 부지런히 둥지를 짓고 있는데,
이 비 다맞으면서 알들을 보호하고 있을 모습이 궁금해서 화장실 창문을 살짝 열어보고 내다 보았다.
둥지가 거진 다 지어지고 있었다.
새가 작은 만큼 둥지도 그만큼 작고
독수리처럼 큰 새는 그만큼 큰 둥지를 튼다.
어쩌면 자신의 분수를 본능적으로 자로 잰듯 너무 잘알고 있기에
일부러 여러개의 둥지나 평수 넓히는 멍청한 새는 없을 것이다.
이제 봄이 지나 푸른 보릿밭 사잇길로 여름이 곧 올텐데
연분홍 색시들 꽃이 다 지니 슬프다고 울어주는 사람도 없는데
떠나는 봄이야 당연히 가는 것이고
오는 여름이야 먼저 겨울이 그렇게 추웠으니 엄청 더울 걱정만 앞서는 나다.
비오니 어제 벤 부추가 또 얼마나 키를 세울까..
나같이 게으른 주인을 위해 부지런히 물을 마시고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