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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한개도 못 받은 아들에게


BY 천정자 2011-02-20

요즘 구제역때문에  졸업식 당일 날 아침까지도 남편과 나는 갈지 말지 고민했다.

그러고 보니 입학을 하고 벌써 삼 년이 지났다니 이렇게 세월이 빨리 지나가버렸다.

꽃다발은 못줘도 평생 한 번 있는 고등학교 졸업식에 가야 한다고 결심을 막 하고 있었는데, 마침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 엄니 지금 어디여?"

" 어? 지금 출발 할려구?"

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기다리는 눈치다.

그래 하늘이 두 쪽이 나더라도 가야지.

그 학교를 입학할 때 중학교에서 경사가 난 것보다 더 좋아하시는 담임선생님 말씀이 생각난다. 아이구  그 놈 아마 그 학교에서도 따지기 명수가 될 겁니다. 무슨 말씀인가 했더니 중학교 입학 하자 마자 왜 급식비를 내라고 하냐? 의무교육인데 수업료는 왜 내냐?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고 하면서 왜 학생에게 돈을 내라고 하냐는 등등 중학교 땐 울 아들 모르는 선생님이 없었단다. 지금은 무료급식이니 무상지급이 논의되지만, 이 놈은 벌써 선각이 있었나보다. 아니나 다를까 고등학교 입학하자 마자 담임선생님이 나에게 전화가 왔다.

" 저 어머니 혹시 가정형편이 많이 어려우신지요?"

나 또한 황당한 그 전화에 무슨소리냐고 하니

울 아들이 중학교 때처럼 또 따지더란다. 하루 세끼니 다 못 먹는 식대비를 왜 먼저 받아가느냐? 수업료가 넘 비싸다느니. 그 외 전공수강은 왜 또 수강료를 내야 하느냐는 등 담임을 들들 볶았으니 담임이 오해를 하셨을 것이다.나도 어이가 없고 뭐라 대답을 못하였다.

 

그렇다고 공부는 잘하는 것도 아니다. 피는 못 속인다고 게으른데다가 당장 내일 지구가 망한다고 해도 그건 그 때가서 고민할 일이라고 하는 나를 그대로 복사를 해갔다. 시험을 보는데 시험날짜도 오늘인지 언제인지 몰라 못 볼 뻔한 적도 있었다고 나에게 낄낄대며 애길하는데, 아휴 이걸 내가 아들이라서 봐줘야 하나 아님 다른 부모처럼 용돈 깍아 버려 호적에서 빼가라는 말까지 목구멍까지 콱 찼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놈이 주위력결핍장애에 시달리느라 얼마나 고생할까 싶고, 나도 학교다닐때 맨날 꼴찌민 맡아놓고 했었는데, 그래도 이 놈 성적보니 나처럼 꼴찌까지 아닌 것 같아 그냥 봐주기로 했다.

 

그 부모에 그 아들이 어디로 갈까? 거기서 거기지.

내 아들에게 뭘 특별하게 바란다는 것은 욕심이다. 욕심낸다고 되는 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닐테니.

머리가 길어 끈을 묶고 다니니 그것도 보기 싫었지만. 이상하게 하지 말라면 더 하는 청개구리띠도 아닌데 허구한날 일일히 상관한다고 말을 들을 요즘 애들이 어디 따로 있을 것도 아니다. 졸업식장에 도착해보니 우려한 만큼 사람이 많이 오지 않았다. 졸업생들을 보고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울 아들 머리긴 것은 별난 것도 아니고, 노란머리 빨간머리 긴 파마머리 하고 다니는 남학생을 보고 여기가 대학교 졸업식인가 했다. 나 어렸을 땐 군인들처럼 까만 교복을 입고 일렬로 줄서서 앉았다 일어나라 하면 일어나는 졸압식 풍경만 알고 있던 나에게

한 사람 한 사람 일일히 졸업장을 수여하고 짧은 축하연설에 각각의 수상식을 피피투로 영상으로 띄워 학생이 단상에 올라 오지도 않았다.

 

대상을 받은  여학생은 미니 청반바지에 머리를 엉덩이까지 길게 웨이브 넣은 파마를 한 것을 보고 어느 외국인 학교 졸업식처럼 느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즘 졸업식에 입던 교복을 찢고, 알몸으로 돌아다닌다고 졸업식이 있는 학교에 경찰들이 지키고 있다고 한다. 예방차원으로 사복을 입고 졸업을 하면 설마 찢거나 벗지는 않을 것을 고려했나보다. 어쨋거나 울 아들에겐  주는 상은 하나도 없고 교장선생님에게 직접 전달 받은 졸업장 단 한 장이다. 아들이 졸업장 받는데 다른 졸업생과 후배들이 모두 환호를 보내는 것이다. 나도  어리둥절하고 아들도 얼굴이 빨개진다.

 

빛나는 졸압장을 같이 노래 부르고 송사와 답사를 읽는 대표들이 한 참 울다가 읽고 멈추고 그러는데도 그 잠시잠깐 멈춤에 따뜻한 감동이 느껴졌다. 총동창회 회장이 대표로 올라오셔서 축 졸업 하시면서 여기 나도 졸업식때 상 받은 것은 없지만 집에 가서 우리 어머니에게 받은 상이 바로 밥상입니다. 상 못받은 여러분 기죽지 마세요. 그리고 받은 학생들도 부모님과 선생님의 은혜를 두고 두고 기억하셔야 합니다. 여러분이 사회에 나가서 살때 가장 귀하고 두고 두고 잘 챙겨야 하는 것은 공부 잘하는 것도 돈도 성공도 중요하지만. 바로 내 곁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상 우리 학교 선배로서 후배인 여러분에게 드리는 당부입니다. 여러분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끝!

 

나도 그 동안 교회에서 설교를 많이 들었지만 아들 졸업식에 오지 않았으면 절대 못 들을 명강의를 이렇게 요약해서 들었다. 정말 오길 참 잘했다. 돌아오면서 아들에게 점심은 뭐 사줄까? 했더니

" 짜장면 곱배기 거기다가 서비스로 군만두 !"

 

그려 난 밥상이 아닌 짜장면상이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