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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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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BY 천정자 2010-10-06

수능도 멀잖고 수시모집에 원서내라 시험공부하랴 요즘 고3들이 가장 힘든 계절이다.

울 아들도 분명히 고3이긴 한데 도무지 진로에 대한 애길 하지 않아서 이 놈의 머릿속이

젤 궁금하였다.

 

고등학교 진학 할때도 고등학교를 가네 마네 그것 때문에 중학교를  어지간히 속 썩이더니 이번에는 그렇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한지 얼마 안돼서 학교에서 아들 담임선생님의 전화가 온 것이다.

 

" 아이그 이거 제가 한 번 찾아 뵙는 것이 경우인디 먹고 사는게 참 더 큰 일이라 찾아 뵙지 못해서 정말 죄송해요?"

 

솔직히 학교에서 전화오면 좀 맘이 오그라지는 것은 전에나 지금이나 똑같다.

원체 상개구쟁이에 얼마전에 싸워서 지 이빨 부러진 전화까지 받다보니 학교에서 전화만 오면 이 번엔 또 무슨 사고를 쳤을까 싶어 죄인 된 학부모가 된 것 같았다.

 

" 저기 어머님 글쎄 애가 대학교를 원서내야 하는데 말을 안해요? 그러더니 취업한다고 취업 박람회에 이력서를 들고 오늘 혼자 갔어요. 혹시 어머니는 알고 계시는가 해서 전화를 드려 봤습니다"

 

예? 뭐라구요? 아이구 내 이 눔을 그냥 으이그 이걸 어쩌지도 못하고..혼자 속으로 말도 못하고 내가 난 아들 내가 모르니 담임선생님이야 답답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 아이그 저기 선생님 그 놈이요 중학교때도 고등학교도 안 간다고 그러다가 지가 알아서 찾아갖고 간 학교가 그 학교인디유..내가 한 번 아들하고 전화통화 좀 하고요 다시 연락드릴께요? 이거 미안합니다 선생님.."

 

전화를 끊고 난 후 바로 아들한테 전화를 했다.

아들의 목소리는 아주 담담하다.

" 아니 이 눔아 니 지금 어디여?'

" 여기 천안인디?" 울 아들 전혀 뜻밖의 전화를 받는 것처럼 당당하다.

 

" 아니 이거사 내가 언제 너보고 취업하라고 닥달를 했냐? 뭐했냐? 도대체 왜그려?"

" 엄마 왜 그러는디?"

 

" 뭐여? 니 담임선생님이 전화 왔었는디 니 원서도 안내고 취업한다고 했다며?"

 

" 아 ! 나를 그냥  내비둬? 남 다간다고 가는 대학 좀 천천히 가면 뭐 어뗘? 글고 내 통장에 이 만원만 보내 줘 돌아 갈 차비가 없어 알았지?" 그렇게 간단하게 통화는 끝났다.

 

통화내용을 좀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들 생각도 맞는 것 같고,

남 다 가는 대학 언젠가는 자신도 필요하다 느끼면 가지 말라고  해도 갈 것인데

담임 선생님에게 뭐라고 전해야 되나 난감했다.

 

그래도 있는 그대로 전 할 수 밖에.

 

담임선생님에게 다시 전화를 드렸다.

' 저기 글쎄 이 눔이요 대학은 천천히 나중에 댕긴다네유?"

" 예 저도 그럴 즐 알았어요. 학기 초에 대학은 당장  안갈거라고 하더니 취업 할 사람 손들으라고 했더니 혼자 손을 번쩍 들더라고요. 어머님 너무 실망치 마세요. 애는 지가 무슨 뜻이 있으면 앞가림은 할 것 같습니다."

 

전화를 끓고 보니 마음이 편안하다. 하긴 대학을 가도 등록금에 생활비에 좀 멀리 가면 방세에 이거 저거 골치 아픈게 어디 한 두가지인가?   설사 그렇게 다닌 학교라도 졸업하면 또 취업전쟁에 시달릴 것이고, 그러고 보니 울 아들 그 취업을 먼저 한다는 애기다.

 

아들한테 다시 전화를 걸었다.

' 야 근디 니 취업한다는 회사가 어디여? 월급은 얼마나 준다냐?"

" 연 2500민원이랴?"

 

"2500만원? 이나? 아니 뭐 하는 회사인디 고졸한테 그렇게 많이 주냐?  엉?"

' 되면 애기해 줄께   뚜뚜뚜!!!"

 

어쩜 지 애비랑 할 말만 하고 전화 끊는 것도 독같이 닮았는지.

아무래도 울 아들 뭔 일을 제대로 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