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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가 비싸다고 ..


BY 천정자 2010-10-03

배추가 비싸다고 난리났다.

우리집은 아직도 묵은 김치를 먹고 있다.

김치 냉장고는  아직 없지만 작년에 워낙 짜게 담아서 그런대로 먹을만 하다.

 

마트에 잘 가지 않아서 뭐가 오른 건지 내린 건지 뉴스를 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그나마 뉴스도 다 못 보고 잠 자느라 세상 돌아가는 시세를 잘 모르겠다.

많은 걸 알아서 신경을 쓰면 머릿털이 빠져 또 난리라는데

내가 좀 무뎌서 그런가 머릿털이 수북하다.

 

다만 눈치가 빠르지 못 해 이게 좀 걸린다.

어디 눈치나 사는 방법을 요점정리를 해줘서 가르치는 학원은 없을까?

눈치 빠르게 대학이나 취업 해 준다는 것은 빼고

누가 좀 고생하는 것 같으면 은근슬쩍 위로해 주는 방법이라든가

잘 아는 사람이 말 못 할 고민이 있으면 아무 부담없이  들어주는 방법이라든가

아니면 편안하게 고민을 털어 놓게 하는 길을 알려주면

요즘처럼 교통도 통신도 아주 편리하게 이용하는 좋은 세상인데

마음은 더 불안하고 들뜨고 어디다가 기대기도 힘든 것 같다.

 

오늘은  묵은 지에 싱싱한 고등어 한 마리 넣고 오래오래 지져서

금방한 뜨근한 밥에 잘 익은 살점 한 점 올려서 볼 터지게 밥을 먹고 싶다.

 

밥 먹으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한다.

과연 이 밥 한 숟갈에 몇 칼로리의 에너지를 생산할까?

고등어가 아마 태평양에서 살다가  어느 어부의 그믈에 걸려 어찌어찌해서 내 밥상에까지 오기 까지 몇 칠이 걸렸을까?

나 보다 먼저 태어난 수컷일까? 아니면 이제 막 태어난 새끼일까?

 

나는 밥 먹으면서 별 별 생각을 한다.

배추김치에 스며들어 숨을 확 죽이는 소금부터 젓국에 고춧가루, 파. 마늘  등 어느 하나 사람의 손길이 안 닿고 내게 온 것은 없었다.

단지 나는 내가 돈을 주고 샀다는 그 거 하나만 달랑 전부다.

 

요즘은 남녀노소 혼자사는 시대라고 한다. 앞으로도   혼자사는 사람들이 많아진단다. 하긴 혼자사는 독거노인들도 100만이 넘는다는데. 앞으로 10년 후엔 더하면 더 늘기도 할태고, 우선 나부터 애가 크니 지들 알아서 밖에 나가 따로 사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할테니. 나도 슬슬 걱정도 되고 괜히 같이 사는 사람 남편 건강도 유심히 체크하게 된다.

 

아무래도 더 늙기전에 할 일이 더 많아 질 것이다.

서로 챙겨주는 것도 함께 같이 있을 때 한다.

가족의 소중함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잘 산다는 것은 돈 많고 돈 잘 벌고 집이 있고 뭐 그런 것에 기준을 맞춘것도 괜찮지만,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바로 관심이다.

당장 돈도 안들고 시간도 별로 안든다. 아무 관계도 없으면서도  이 관심을 무관심으로 일방통행한 적이 많다.

 

오늘의 밥상을 한 번 유심히 살펴 보길 바란다.

비록 내가 농사를 짓지 않았어도 그 수고로움을 돈으로 지불 했다고 해도

관심을 더 추가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