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재미난 드라마는 몽당 다 10시에 시작한다.
그런데 나는 9홉시만 넘으면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저녁을 먹은데다가
등까지 뜨듯하면 곧장 꿈나라로 직행이다.
그러니 울 남편은 나보고 잠탱이라고 안 할 수 없단다.
천장에서 쥐 한마리가 말처럼 두두두 단거리로 밤 새도록 뛰어다녀도
나한테는 자장가일 뿐, 헤헤..
그런 내가 요즘 그 재미난 드라마도 아니고 이 씨부럴놈이 ( 우리 딸은 나에게 제발 알람이라고 부르라는데)
부창부수가 따로 있나 나도 성질 나면 이렇게 부르는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잠을 못자게 하는 것이다.
" 니는 밤마다 저 추노가 와서 울 고양이를 괴롭히는 소리도 안들리냐?
니는 식구가 고통을 당하는데 잠이 그렇게 잘 오냐?"
울 남편 나를 잠 못들게 하는 잔소리가 더욱 기가 막히다.
아니 마누라는 잠탱인데 잠 못들게 하는 고양이가 더 미울텐데.
하긴 나 어렸을 적에 유달리 잘 울던 남동생이 어디서 맞고 엉엉 울면서 눈물 콧물 질질 흘리고
거기다가 코피가 나 면 그 피가 사람 흥분하게 하는 시뻘건 색이 나를 슈퍼우먼처럼 씩씩대면서 당장 어떤 놈이 내 동생 팼냐고 앞장 세우는 그런 심정이랑 조금 비스므레하게 열은 받는다.
나는 조금인데, 이 남편은 오로지 그 추노가 왜 밤마다 울 집마당에서 울 고양이가 당하는 것을
그저 바라보는 게 아니라 몽둥이를 들고 그 놈 만 오기만 해봐라 이러고 있는데,
옆에서 잠퉁이 마누라인 나는 코를 드르렁 골면서 어떤 때는 잠꼬대로 그러더란다.
' 야! 니만 먹냐? '
울 남편 내 얼굴 보면 열 터지고, 마룻밑에 숨어 있는 이 씨부럴놈은 아예 남편만 믿고 잠을 자고 있었다.
때는 달달 보름달이 가장 환한 추석날에 또 추노가 어슬렁 어슬렁 찾아 온 것이다.
그러니 울 남편 나를 발로 툭툭 차며
" 야 야 빨리 일어나 봐! 또 그 놈 왔다니까?"
나는 잠 결에 그 놈이 누군 줄 아냐고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도 안되는
나보고 얼른 나가서 마루에 있는 불을 키라는데
' 불은 왜 켜? 그냥 가서 한 대 패주고 와? 아님 다리 몽둥이를 댕겅 분질러버려!.. 다시는 못 찾아오게 음냐 음냐.."
그랬는데.
아니 갑자기 울 남편이 맨 손으로 맨 발로 마당으로 튀어 나가더니
울 고양이를 안고 방으로 뛰어 들어오는 것이다.
' 아니 그 추노고양이를 패주라고 했지, 그놈을 안고 왜 들어와?"
' 그럼 이 놈이 맨날 지는디 어떻게 그냥 놔 둬?"
하이구..진짜 이거 참 내 이눔의 고양이를 어떻게 사단을 내야 되나 보다.
이걸 어쩌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