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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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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깍두기 담기


BY 천정자 2010-07-17

" 엄니? 좀 아플텐디 쪼메 참을 수 있겄어유?"

오십견이 좀 심하다가 그게 풀리면 그 아픈 혈이 팔에 옮겨가고

병원가면 물리치료도 받다 받다보니 그 때 뿐이라고 이젠 병원가는 것도

소용없다고 그렇게 나에게 오신 할머니가 나에게 지압을 받는다고 하는데

 

지압이 처음엔 무진장 아프다.

누를 때마다 악악 소리지르시고 나보고 그러시네.

어떻게 아픈데만 용케 아냐고  거기만 건드린다고 하시더니

몇 번 받으시더니 아예 단골손님처럼 나를 찾아 오신다.

 

오른 쪽 팔이 영 올라 가지 않아서 일도 못하시고 머리도 못 감으시고 이만 저만 불편한 게 아니라고 거기다가 하도 아프다고 병원 의사한테 갈 때마다

" 팔 아퍼 죽겠시유..팔을 짜르면 덜 아플까유? " 이렇게 물었단다.

의사 선생님도  포기하셨나 대답을 하신단다.

" 그 나마 팔짜르면 이젠 병신이지유? "

그냥 아픈 팔 달려도 남 보긴 멀쩡한데 할머니 말씀대로 빛좋은 개살구라고

그렇게 나에게 지압을 받으신 후엔 팔이 다 올라가고 이젠 배 봉지 싸는데 작업을 하러

다니신다고 고맙다고 선물을 보내신 것이다.

 

참외 한 봉지도 아니고, 세상에 한 박스를 보내셨는데 신신당부를 하신다.

이건 약을 한 번도 안치고 선생님에게 줄려고 일부러 농사를 지어서 첫 수확을 한 것을

따다가 준 것이니 누구도 주지 말라신다. 지금 울 집 마당 한켠에 잘 익어가고 있는 참외도 많은데 이걸 어쩔고.

 

" 아이그 엄니? 저걸 언제 다 먹어유 저 혼자서유?"

할머니가 참외를 놔두고 가신 후 나도 왜그리 한가롭게 집에 있고 싶은데. 밖에 나가면

집에 뭐가 있는지 썩어 나가도 잘 모르고 있는 내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 이젠 나도 포기한 것이지만. 아침에 봐도 저녁에 봐도 하루에 한 개를 먹기가 힘든 것이다.

 

마침 친구한테 전화가 와서 니 참외줄까? 했더니 그냥 두고 먹으란다. 하긴 서울까지 보내는 택배비가 더 비쌀 것이고 그런데 이 친구가 참외깍두기를 담가 먹으란다. 유기농이면 껍데기채 깍두기처럼 썰어서 오이도 양파도 풋고추도 조금 넣고 담가서 먹으면 애들이 잘 먹는단다.

 

전화 끊고 얼른 참외를 씻고, 오이는 심어 기르니 몇 개 열렸나 보니 두 개가 지금 딱 먹기 좋을 만큼 커서 똑 따오고 풋고추도 한 주먹 따고 양파도 깍두기처럼 썰어서 소금에 절이라고 했었나 싶어 다시 친구한테 확인 전화해보니 그냥 겉절이처럼 젖갈에 담그란다. 물김치 담그는 것처참 찹쌀풀을 쒀서 넣으란다.

 

그렇게 담근 침외깍두기가 익었는데 국물이 고춧가루와 풋고추가 조금 매운 맛이 진하지만 매콤하게 끝내주는 것이다. 이 국물에 소면을 삶아 국수를 말아 먹었다. 그리고 참외가 다 먹을 때까지 아식아삭하다. 원래 오이김치가 금방 쉰다고 하는데, 다 먹을 때까지 맛이 그대로다. 물론 냉장고 덕분일지 모르지만.

사람으로 태어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침외를 손질 할 때 가운데 씨를 빼서 믹서에 콩가루처럼 박박 갈아서 넣으면 단 맛이 저절로 우려낸다. 뭐든 씨는 참 좋다. 수박씨도 위장병이나 심장이 약한 사람에게도 좋은 보약이다.고추씨도 맛을 담백하게 낸다.

 

제 철에 나는 과일을 먹으면 열첩의 보약보다 더 휼륭하다.

무엇보다 김치 잘 안먹는 애들이 참 좋아한다.

아뭏튼 할머니가 부탁하신대로 그 참외 몽땅 내가 혼자 다 먹었다고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전화드렸더니 웃으시면서 그러신다.

" 나 몸이 안 좋으면 또 가도 되남?"

" 헤헤! 그러셔유! 그 때도 참외 한 박스입니다!"

 

또 웃으신다. 참 고맙다. 같이 함께 더불어 산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