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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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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좀 오래 살고 싶다..


BY 천정자 2010-06-13

병원에서 일하다 보니 늘 듣는 말이

"지금 죽고 싶다" 거나

" 조용히 자다가 죽었으면 좋겠다!" 등

하도 들어 일상과 더불어 늘 함께 하는 말이 바로 "죽음" 이다.

 

병원 문 밖에는 한 참 붉은 장미에 능소화에 키가 큰 플라타너스 잎이 푸르게 무성해지고

가늘 하늘보다 더 높고 푸른 하늘이 드넓게 보이는데

아픈 사람들에겐 그런것도 시시하고 별 것도 아닌가 보다.

 

환자입장에 서서 본다면 나는 너무 행복하다.

아픈 곳이야 가끔 치질이 조금 있으니까 신경을 곤두서면 여기가 곤두선다

그래서 쓰라리기도 하고 성나면 걷는 것도 어기젓거리고 불편하고

그렇다고 맨날 사네 죽네 하는 환자 앞에서 나도 치질때문에 아퍼 죽겠습니다 했다간

뺨 한 대 제대로 맞아도 할 말이 없다.

 

그들과 함께 한 공간에서 같이 지내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당신은 잘 살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거나

그래도 당신은 오래 살아야 합니다.

이런 말 절대 안 나온다.

사실은 못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그들에게 좀 더 덜 아프고. 덜 고통스러운 것이 최대 행복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는 것에 대한 애착도 나름 량이 조금식 틀리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 느낀다.

인권에 대한 권리나 생영에 대한 경외심은 늘 들어 식상하는 말이 된 지 오래지만.

너무 적나라하게 구체적으로 표현해도 그것도 말이 될 지 모르는 삶이

나에게도 현실이다.

 

나이 들어 먹는 것이 시간이라는데.

도대체 그 시간이 보이지 않는 괴물처럼 늘 우리를 종종대게 한다.

그럼에도 우린 시간이 보이지 않는다고 툴툴대며 불평불만은 없지만

늘 바쁘다는 관계로 시간이 없다고 짜증만 많이 내는 동안

나도 이렇게 늙어 갈 줄은 전혀 몰랐다.

 

누군가에게 속은 기분이 이 정도일까 싶고.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내 나이만큼 늙어 보이지 않고 싶어서 노화방지제 영양크림을

듬뿍 바르고 기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오늘은 괜히 모든 사는 것에 나이를 묻고 싶다.

늙은 것에 대한 단상은 그만 두고라도

나보다 먼저 지구에 오신 선배님들에 대한 예의일까 싶어서다.

먼저 된 자가 나중 된다는 말씀이 왜 이때 떠오를까?

 

나중 된 자가 할 일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좀 나중에 더 오래 살면 그만큼 내가 할 일이 무엇이고,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르기도 할 것이고, 더 건강하게 이쁘게 몸매관리도 오랫동안 해야 할 것들이 참 많은데,

이상하게 이런 것은 나중에 해도 괜찮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저 오늘은 숨만 잘 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언제 오던 말던

게으름이나 실컷 떨고 싶다. 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