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이 그 임대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옥상 열쇠 찾으러 내일 오라고 기억을 새겼다.
그 때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이 아이가 내 생각을 눈치 챈 것인지 아닌지 지금도 잘 모르지만
애가 학교를 가면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아직 애가 안 왔어요?
애가 교실에 들어 오지 않아요
어머님 학교에 한 번 오셔요.
일학년에 입학해서 하루라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
나는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는 것을 자꾸 뒤로 미루고
이 아들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학교 가라고 등교를 시켜도 학교에선 애가 아직 안 왔다고 결석으로 처리해야 하나.
지각으로 할 건가 되레 담임 선생님이 걱정 해주셨다.
아들의 담임 선생님은 정년퇴임을 앞 둔 할머니 선생님이셨다.
급기야 나를 보자고 또 학교에 오란다.
정말 내가 살아야하나 이거 나만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날텐데
아들도 왜 이리 속을 썩이냐고 하소연을 하러 선생님을 만났다.
그런데 선생님이 그러신다.
" 제가 몇 십년 애들 가르치다보니 애들 관상을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어요?"
선생님은 이 말씀도 하시고 한 참을 좋은 말씀을 하셨다.
" 아이를 위해서 이사를 가셔야 되겠네요?"
" 예? 그럼 학교를 옮기라구요?"
문제아를 학교에서 내 쫒기듯이 전학을 시킨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도
내 아이가 대상이 된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 말을 듣고 번쩍 생각이 나는 것은 내가 오늘 아파트 옥상에 먼저 올라가야 하는데
아들애길 들으니 옥상 올라가는 것이 순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 제 애길 오해마시고 잘 들으세요. 애가 아주 머리가 좋은 애인데 규칙이나 습관을 잘 익히면
이 아이 나중에 뭐라도 크게 할 싹을 키워 줄려면 엄마가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교실에서 수업 받은 애하고 하루종일 밖에서 놀던 애가 같이 시험을 봤는데 점수가 같아요? 이런 아일 그냥 놔두고 혼내기만 하면 국가적으로 손해입니다"
담임 선생님 말씀을 듣고 돌아 오는 길에 시장을 들렀다.
아들이 무엇을 제일 잘 먹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물도 김치도 밥도 가리는 것 없이 뭐든 잘 먹는 아이였다. 공부를 못 해도 괜찮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이런 광고문구에도 아이는 캬르르 잘 웃는 것을 보고 잰 뭐가 그리 웃기냐고 꿀밤 한 대 쥐어 박았었다.
그렇게 아들은 여전히 학교를 다니고 나는 나대로 옥상 올라 갈려고 날짜를 잡으면 또 일을 저잘렀다. 근처 보기좋게 잔뒤를 깔아 공원조성을 하던 때인데 글쎄 그 잔뒤가 쌔까맣게 타서 불이 난 것을 알았다.
' 아니 누가 저 잔뒤를 다 태워 버렸냐?" 푸른 초원같이 보기 좋게 할려고 동사무소에서 작업을 해 놓은 것인데 아뭏튼 그 공사를 다시 해서 푸르게 만들어 놓을 때까지 울 아들은 말이 없었다.
그런데 아들 친구가 한 번은 울먹울먹 거리며 나에게 찾아와서 그런다.
' 저기요..재랑 제가 배가 고파서요 고구마를 구워 먹다가 저기 잔뒤를 홀랑 태워막었어유?"
세상에나 울 아들은 눈하나 꿈쩍않고 시침뚝한 그 사건을 같이 저질른 애가 겁에 질려 나에게 와서 애길하니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제야 아들의 담임 선생님 말씀이 떠올랐다.
" 어디 공기 좋고 산좋고 반드시 근처에 강이 흐르고 그런데로 이사 가세요. 그런데 학교는 스쿨버스가 있으면 더욱 좋구요? 이 아이는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시골학교가 더 좋을 환경일 겁니다"
적어도 그래도 학교는 도시에서 다녀야 경쟁력이 생길테고 많이 보고 듣고 그러면 더 좋은 교육환경이 될 것이다라는 내 생각에 정반대로 말씀하셔서 일단 무시한 그 말씀이 자꾸 내 머릿속에서 얼켰다.
덧)..그냥 지나버린 옛 애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