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만국에서 결혼을 하면 당연한 코스
승진도 아니고 낙하도 아닌 며느리가 된다.
더불어 따라오는 네임
이른바 "아줌마"다.
내가 아가씨뗀 웬만하면 결혼을 하지 않고 버티자니
쥐위에선 무슨 환자인가 ? 헷갈려 하지만
지금은 그런대로 익숙한 화려한 싱글시대로 돌입하고 보니
그 땐 이혼한 여자들 교도소만 못 간 죄인되는 시대였다.
어쨌든 나도 결혼을 하여 아직 이혼은 보류중이고
사실 솔직하게 고백하면 이혼을 안당한 것이 다행이다.
처음엔 내가 잘났으니 이혼 하자고 방방 뜬 걸 생각하면 참 어리석었다.
여자가 못생긴 건 용서 못 받는다는 지금세상에
아직 성형외과에서 견적이 못나와 그냥
이 얼굴 들고 온 거리 활보해도 사는데 별 지장이 없었다. 아직까지.
살다가 부부싸움 오지게 하다가 밥통 던져 깨지고
욱하는 성질 못 이겨 밥상 뒤엎고 뒷감당 못해 도망가는 날 부부
싸움하고 나온 어느 아줌마이든
오라는데 없고 갈 데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흐흐..
달리 큰 깨달음인가?
그 후 나는 부부싸움을 해도 남편보고 나가라고 했다.
어머님이 당신 보고 싶다고 하네..
그 후로도
이런 철딱서니 며느리가 결혼생활 오래 하다보면 느는 건 시댁에 대한 관찰이다.
원체 느리고 미련한 곰탱이라서 울 시어머니 나땜에 엄청
복장 터지셨을 것이다.
경우 모르고 도리 아직 몰라 몰라 하다보니 그 만큼 당한 상대는
오죽 했으랴만.
며느라가 된지 어언 20여년.
더불어 느는 경력은 웬만한 구박이나 구살이도 대충 넘어 간다는
고단수다.
가령 어머니가 장을 봐오라고 돈 주지 않으면 줄 때까지 앉아 있기.
특기라면 엉덩이가 무거워 천하의 게으름뱅이가 되었으니
주시면 고맙고 안주면 말고식이 되 버렸다. 김치 하나로도 밥상 챙겨주고
없으면 없어유~~. 있으면 있는대로 .
당장 서두를것도 만사 천하태평이다.
뭐 그리 급하시게 하시나요?
태산 같이 걱정 할 일도 일단 내일로 미루기도 선수급이다.
이러다 보니 울 시부모님 큰 며느리이고 , 맏며느리한테 받아야 할 효를
느려터지게 해 드리니 나도 참 어지간하다.
그런데 효란 무엇인가?
또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것 또한 세상이 변하듯이 뜻이 변하고 있다.
손자 손녀 잘 키워 주면 그것도 효고
아프다고 늘 징징대는 며느리가 아니고 좀 미련하지만 건강한 거 하나가 재산이라고 당당한 것도 효고.
가끔가다가 어머니 생신이나 남편생일 다음날 미역국 끓여서 황당하지만
그나마 챙겨주는 것도 효도고.( 사실 이건 좀 미안하다)
남편 아침을 비록 어쩌다 한 번이지만 챙겨주는 것도 부모님한테 효도다.
아들 건강해지라고.( 사실 내 남편 건강 내가 대신 관리 못해주지만)
느닷없이 부부가 이혼 했다고 할머니한테 손자 손녀 키워달라고 안 하는것도
엄청 큰 효자지..흠 ..세상 참 별 게 다 효도네.
그런데 오래 된 며느리의 특권이 하나 있었다.
그렇게 어렵고 부담스럽고 싫던 시부모님들 뵙기가
어째 울 친정엄마 볼 때하고 가슴이 먹먹하고 편하고 그렇다.
"에구..엄니..왜 그러셔유?"
" 아버지? 저 오늘 집에서 자도 되요?"
위 애긴 남편과 한바탕 붙고는 갈 데 없으니 나라도 시집에서 자도 되냐?
남편은 내가 없어져도 어디로 간 줄 안다. 이물없이 편해진 우리집이 되었다.
나도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묵은 술이 강 술이 된다고 하더니 이제야 그 뜻을 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