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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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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꺼풀이 없습니다


BY 천정자 2009-11-21

울 엄마는 쌍꺼풀이 무척 진하다.
자연으로 생긴 쌍꺼풀인데 유일한 고명 딸인 나는 외겹인 외꺼풀이다.
밋밋한데다가 눈이 작다. 거기에다 콧대는 광야에 먼 산에 이름 없는 야산 높이만하다.
이 정도로 설명하면 대충 상상하시라. 흐흐
울 아부지는 나랑 똑같단다. 사실 아버지 피만 이어 받으면 된건데 아버지 얼굴까지 복사를 하듯이 울 엄마는 아예 대놓고 그러셨다.
"누가 니 아비 아니랄까봐 그렇게 똑같냐?"

낳은 사람은 누군디 늘 울 엄마는 " 못난이" 라고 불렀다 
이쁜 이름을 지어 분명히 호적에 있건만. 이쁜 이름과 아무 상관없이
 나는 사진을 찍으면 이목구비가  잘 안나왔다. 콧대가 팍 죽어 광대벼는 툭 튀어나와 보였다.
하긴 기계는 거짓말 못하지만 이건 내가 봐도 아이고 울 아부지 일찍 돌아가신 것이
달리 다른 이유가 또 있을 것 같은 착각도 한 적이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못생긴 사람들은 모두 따로 어디에 격리 시켰나 거리에 나가면  쌍꺼풀이 있어  눈 크고 방실방실 눈웃음 치는 얼굴들만 보였다. 거울도 잘 안보는 여자라는 노래가 나 올 땐 어쩜 내 주제를 그렇게 제목으로 노래를 잘 만들었을까 어찌보면 더 심란하고 자신감 뚝뚝 떨어져 아예 내 얼굴은 내가 포기했다고 선언 했다.

갈 수록 가관이라고 하더니 피부는 더 못 생겼다. 건성이라 차라리 화장을 안 하는 것이 났단다. 화장이 들떠 낮은코엔 화운데이션이 뭉쳐버리고 이마엔 기름기가 번들번들하고 볼만했다. 
어렸을 땐 나보고 캔디라는 별명이 붙었다.
캔디는 귀엽기나 하고 눈도 크고 쌍꺼풀이나 있지. 콧 잔등에 주근깨가 비슷하다고  부르더니
왠 말괄량이 삐삐라고 하질 않나 나중엔 만화 톰소여의 모험에 두리뭉실한 못생긴 애가 나오는데 이름도 잘 기억이 안 난다.
 
울 엄마는 내가 결혼 하기 전 까지 저걸 누구에게 선 보일려도 자신이 없으신 건지 몰라도 사진관에 가서 반 명함판이라도 한 번 찍어서 선자리에 내 보일 생각도 없으시면서 나중엔 결혼도 연애도 니 알아서 자급을 하던지 자족을 하던지 스스로 앞가림을 하라는 말씀을 내 나이 스물 일곱살에 하셨다. 뭐든 자신이 없으면 반드시 변명이나 핑계는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나는 내 친구들에게 내가 못 생겨서 남자친구도 없고 결혼도 못하게 생겼다고 자백은 못하고 이런 것 말고 노상 독신 주의자라고 주장하곤 했다.

독신주의자는 결혼을 꼭 하지말라는 법이 있는 줄 알았고 애인도 없어야 하는 줄 알았다. 그 땐 그게 참 쓸만한 핑계였는데. 지금에 보니 내 친구나 주위 사람들은 내 말을 진짜로 알아 들어 주었을까? 내 생각만 한것이다.
다행이 지금의 남편도 나처럼 못생겨서 어떻게 묻지도 따지기도 머쓱하고 어쩌다가 나를 만나러 와서 못생긴 것 하나만 닮았다고 결혼을 했으니 여지껏  사는 데는 별로 지장이 없었다. 나중엔 울 아들 딸 나만 닮지 말라고 기도  했는데, 어이구 울 딸 내 콧등 주근깨도 자리 하나 안 틀리고 닮았으니 나 원 참 맘대로 되는 게 잇으면 무슨 재미기 있을까 싶다.  
 
나이 들어 이 못 생긴 얼굴에 또 주름이 하나하나 자리잡는 걸 보니 참 난감하다.
또래의 친구들은 이미 성형수술을 몇 번 했는데 자꾸 눈꺼풀이 쳐진단다. 그래서 또 병원에 예약을 하고 보톡스를 어디를 맞을까 거울을 들고 여기 저기 살핀다.
나는 아예 보지도 않는 거울을 자세히 살펴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나에게 이상한 말을 한다.
" 야! 니는 나이드니까 이뻐진다!"
" 요즘 모델들은 일부러 쌍꺼풀이 없는 얼굴을 뽑는다더라?"
" 인상이 참 좋아 보여!"

세상에나 이거 더 오래 살고 볼 세상이다.
나라고 병원 안가도 몇 백 만원 어치 효과를 본 자존감을 톡톡히 살려볼까.헤헤
나이 들어 흰머리 귀밑에 몇 가락 보여도 얼굴 주름 자글자글한데 전혀 뚱딴지 같이 까만 머리는 생뚱맞다.아무리 성형의 시대라도 본인의 인상은 고치기 어려울 것이다. 나름의 격이 주름에 피부에 골고루 펴 발라진 것이기에 박피술로 뽀얗게 칠해도 사람의 인상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거나 바뀌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나무에게도 오랜 세월이 겹겹으로 뭉쳐져 사는데. 사람은 더 하면 더 하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이왕지사 이런 말도 들으니 그냥 내 얼굴 들고 죽을 때까지 살아 볼려고 결심했다. 오늘은..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