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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BY 그린플라워 2023-05-03

직업군인인 작은 아들이 휴가 나왔다.
트레이더스에 가서 구이용 쇠고기 2킬로와 7킬로 미만인 17800원짜리 수박도 샀다.
살면서 처음 경험한 일이었다.
수박은 덩치도 크고 값도 비싸서 제철이 되어서도 못 사먹는 과일이었다.
이따금 근처에 사는 동생들이 반통 나눠줄 때 먹거나 길거리 현금장사가 모처럼 만원 이하로 팔 때나 사먹던 귀한 과일을 제철도 아닌데 카트에 실으면서 오래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었다.
그냥 쪼개서 먹으려니 아들들이 수박화채가 더 맛있다고 해서 얼음과 사이다도 사서 고기 구워먹고 후식으로 화채를 해먹었다.
삼십년 쯤 전에 여성시대에 소개된 수박에 얽힌 이야기가 떠올랐다.
박봉에 저축을 하느라 한여름에도 어린 아들 아이스크림 류도 한개 못사주고 버티던 엄마가 수박 파는 트럭에서 수박을 이천원에 판다는 걸 듣고 아이가 먹고싶다고 조르니 큰맘 먹고 사와서 수박을 쪼갰는데 속이 허연 못먹을 수박이더란다. 그걸 보고 모자가 통곡을 했다는 사연이었는데 
결혼 전이라 '참 에지간한 어미도 다 있네~' 싶었다.
막상 내가 결혼을 하고 빚투성이에 몰리자 한푼이라도 빨리 변제하고자 미역국과 콩나물국으로 견뎌내고 빚을 다 갚은 후에도 지독한 가난이 무서워서 먹고싶은 것도 자제하면서 살았었다.
돈을 모으려면 경조사비를 제외하고 안 쓰는 게 최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