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오늘이 부부의 날이다.
사실 이 날이 없어도 날마다 부부의 날인데.
요즘 내가 이 남편공부를 게을리하는 바람에 또 헷갈린다.
어제의 남편이 오늘남편 되기까지 이렇게 제목을 고치고 싶은데
어제나 오늘이나 낼 모레까지 꿈쩍않고 변화가 안되는 그 성격은 하나님도 못 말릴 것이다. 이건 내가 가장 같이 오래 살았봣기 때문에 장담 할 수 있다.
요즘 남편들의 고민은 뭘까?
이런 생각을 해 본적이 있지만. 내 남편 고민은 뭘까 ? 구체적으로 연구를 해 본 결과
네가 밥을 잘 못하는 관계로 늘 하는 말이
" 밥 좀 잘 혀 봐? 제발 좀?"
" 반찬에 좀 신경 좀 써 봐봐?"
" 돈도 인제 벌어와야지? 맨날 노냐?"
" 니 청소 언제 할 거여?"
가만히 생각해보니 순전히 안팍으로 부려먹을 심산으로 늘 해대는 말을 나는 그렇게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고 많이 속상하거나 기 죽지는 않는다.
옜날엔 이 말에 일일히 대들고 부딪히고 싸웠는데
그런 결말이 늘 똑같은 말과 나의 준비된 대답이 반복이 되니 남편도 나도 시들시들
별로 재미가 없어졌다.
밥은 부부 중에 잘하는 사람이 해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반찬도 부부 중에 제일 잘하는 반찬은 서로 해 주고.
돈도 같이 쓰니 잘 버는 사람이 먼저 벌고. 나중에 못 벌면 또 내가 나가서 벌고.
청소는 아무래도 나보다 남편이 더 전문적이고 잘하니 당연히 남편 차지이다.
남편들의 생존전략이 아침에 밥 먹고 설겆이 해 주고 출근하기. 쓰레기 봉투 갖고 나가기. 들어 오면서 우편함 확인하고 고지서 잘 챙겨오기등등. 흐흐
세상 참 많이 변했다고 내 친구들하고 수다 떨다가 나 온 말이 하나 있다.
" 요즘 젊은 새댁들은 이런 말하면 구닥다리라고 하더라. 우리땐 남편 섬기고 애들 잘 키우고 뭐 그런 것 있잖어? 귀머거리, 벙어리 그런 거 모른다고 그러니 우리들이 시어머니나 장모가 될텐데 진짜 이거 며느리 모시는 시대가 오는 거 아니냐?"
헤헤..별 걸 다 걱정한다.
언제 우리가 아내면허증 따고 남편 면허 확인하고 이젠 시어머니 면허증 어디서 미리 받아 며느리 고르는 시대가 오지 않는 이상 참 어렵고 어려운 공부다.
문제는 남자를 잘 알지 못하고 같이 평생 사는 게 진짜 큰 문제다. 마찬가지로 여자는 어느쪽으로 불지 모르는 바람과 같다고 했으니. 사람 싫은 거 죽기보다 더 나쁘다.
인간공부! 그거 아무나 하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살면 살 수록 무슨 수학공식 달달 외워서 딱 맞는 답도 아니고
별 일을 오 만 가지가지 일을 같이 겪어내는 게 부부인데.
내 입장만 곧추세워 남편보고 삿대질 해봤자 그거 다시 부메랑으로 내 뒷통수
후려치는 게 시간 문제다.
어느 법당에서 어떤 남편이
" 내 아내가 지금 딴 놈하고 바람이 났어요?' 했단다 .
스님에게 한 마디라도 위로를 얻으려고 드린 말인데
" 근디 그게 니하고 무슨 상관이여?" 이러시더란다.
나도 한 참 이 말 한마디에 많은 생각을 했었다.
부부라는 것이 관계임을 정확하게 전제함에도 스님의 말씀에도 많은 뜻이 담겨져 있었다.
앞으로 살면서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해야 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 참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