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끝나고 21시경 출발해서 자정 넘어 도착한 부모님 사시던 집은 그야말로 시베리아벌판에 있는듯 오한이 몰려왔다.
난방을 켰어도 너무 오래 비워둔 집이라 추위가 가시지를 않았다. 난방을 최대치로 틀고 잠이 드는 바람에 자다가 통닭구이 될 뻔 했다. 난방을 낮추고 다시 잠들어 7시에 깼다.
한옥에서 잠을 자고나면 몸이 개운하다.
준비해간 음식으로 아침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남동생은 마을 행사준비로 일찌감치 나가고 엄마와 나는 이제 몇집 안 남은 노인분들이 사시는 집들을 가가호호 방문 했다. 엄마는 휠체어 대신 보행보조기로 다니시는 바람에 수시로 쉬면서 다니셨다.
마을에 방문할 때마다 선물을 준비해서 갔었는데 이번에는 십만원씩 돈봉투로 했다.
엄마가 가실 때마다 제철 나물이나 된장, 간장, 농산물들을 차에 다 싣기 힘들 정도로 주시는 분들이다.
어르신들은 이제 언제 다시 볼 수 있겠냐고 눈물이 그렁그렁하시고 우리가 안보일 때까지 보행보조기에 의지하고 손을 흔드셨다.
어르신들은 청력이 떨어지셔서 전화통화도 못하니 만나야만 입모양을 보고 그나마 의사소통을 하실 수 있다.
따라간 나도 집간장 두병과 말린 고사리와 토란대, 참나물과 쪽파까지 가져왔다.
참나물은 집간장과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무쳐서 우리집 근처에 사는 어르신 막내아들 가게로 가져다 줬다. 그집 외동딸과 우리집 작은아들이 초등학교 때 짝꿍이기도 한 특별한 인연이다.
고향집 마당에서 가져온 나물이라 더 가치가 있었으리라.
엄마 모시고 가기 전에는 안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다녀오기를 잘했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