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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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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미용실 갈 때


BY 천정자 2008-08-11

아빠! 나 머리 잘르게 돈 좀 줘?
" 머리를 기른다며?

대를 이어서 기른다는 머리를 자른다고 하던 아들이 미장원 간다고 돈을 달랍니다. 내 생각엔 너무 더워서 그런가 보다 했더니.
아빠처럼 지저분한 어떤 소설가처럼 기르지 않고 깔끔하게 기른다는 겁니다.

남편은 왜 내가 지저분하냐고 내가 얼마나 이 머리를 관리를  심혈을 기울이는 데 뭐가 지저분하냐고 아들에게 따집니다. 아들의 대답은 간단하네요.

" 돈으로 깔끔하게 정리를 해서 멋있게 기를 겨!"

미장원도 대를 이어서 가는 곳입니다. 하도 오랜단골이라서 십년 전  가격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내심은 팊으로 더 드리고 싶은 데 받지 않으시네요. 그래서 너무 바빠서 행운목이나 시들시들 말라가는 난화분에 물도 주고 빗자루로 머리카락을 쓸고 수건도 정리 해주면 원장님이 참 좋아 하십니다.

" 니네 학교는 남학생도 머리를 기르게 하니?" 원장님이 물으니 울 아들 대답이
" 내 맘입니다!" 대답이 간단합니다.

얼마 전 남편이 긴 머리에 노란색 염색을 할까 브릿지가 뭔가 흰색으로 넣는 다고 미장원에서 한 바탕 소란을 피웠나 봅니다. 그 흰색으로 염색하는 게 간단하지 않답니다. 몇번의 공정을 거쳐서 어렵게 한다는 것을 한 번에 해달라고 졸라댄 그 아빠의 아들이 머리를 자른다고 하니 원장님도 감회가 새롭나 봅니다.

어렸을 때 일곱살 무렵에 아들을 데리고 와서 그 때 한참 유행하던 맥가이버에 나오는 비에이머리를 해달라고 하더래요 그래서 어이가 없어 또 물어 봤답니다.

" 아 긍께 닭대가리처럼 꼿꼿하게 세워달라고요?"
그 닭벼슬인지 뭔지 모르지만 아뭏튼 아들은 아빠의 소원대로 맥가이버 스타일만 하면 똑똑해진다는 무슨 신념이 있었나 봅니다.
세월이 흘러 이젠 아빠도 아들도 머리가 길으니 나는 이 두 남자의 뒷모습을 보면 어이없게 웃음이 나옵니다.

면도기도 같이 쓰나 봅니다. 팬티도 사이즈가 똑같아요. 서로 내 팬티를 언제 입었냐고 싸웁니다. 반찬도 맛있으면 서로 많이 먹으려구 으르렁 거립니다.
아들이 키가 작을 땐 아래로 내려다 보면서 혼을 내더니 지금은 아들을 우러러 봐야 합니다. 언제 저렇게 키가 도둑같이 몰래 큰 것 같습니다.

지금은 사사건건 걸리적 거린다고 같이 있으면 싸웁니다. 그러다가 학교로 기숙사에 들어가면 언제 놀토냐고 달력에 동그라미를 표시하는 남편입니다.

얼마전 모자를 사서 벽걸이에 걸어 놓았습니다.
나는 내가 써도 제법 어울린다고 했더니
" 그거 니거 아닌디?"
" 그럼 누구거여?"
" 니 아들 거!"

머리가 제법 길으면 멋있게 모자뒤로 끄내서 쓰라고 준 답니다.
나도 머리가 있는 디..

올 12월에 부드럽게 웨이브를 넣어서 파마를 한 답니다.
그럼 아들도 한다고 할 텐데.
어떻게 할 거냐고 했더니
" 지 멋대로 사는디 워쩔 겨?"

하긴 말리면 말리는 데로 더 하고 남을 아들이나 남편이지요.
요즘 무척 덥습니다. 더울 땐 시원한 웃음이나 허허 웃어 주는 것도 괜찮을 오늘입니다. 그래서 그냥 봐주기로 했습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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