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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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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주부는 변명을 아주 잘한다.


BY 천정자 2007-12-14

뭐가 될려면 뭣도 해야 되고

어디를 다녀야 하고

할 일도 많다.

 

나는 사실 처음엔 살림을 아주 잘 할려고 했었다.

그런데 가면 갈 수록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더욱 확실해졌다.

주부 몇 단의 전업주부들은 괜히 단을 주는 게 아니다.

난 얼치기로 어떻게 얼렁뚱땅 나이만 먹는 백수주부가 되 버렸다.

 

거기다가 한 가지 덧붙이란다.

아주 순 날라리전업주부라고 한다.

누가 그러냐면 헤헤...울 아들이, 또 딸내미가..글고 남편도 잔소리 엄청한다.

니! 뭐 믿고 그렇게 사냐? 

 

나는 요근래 김장을 했다.

누구나 주부라면 당연히 김장을 준비한다.

그런데 난 결혼해서 네 번째로 김장을 한 거다.

울 시집은 나에게 처음 김장김치를 받은 거다.

( 그동안 사정이 많은 관계로...)

 

배추가 올 해는 무지 비쌌다.

난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어머니 배추가 무지하게 비싸데유?

그런다고 하더라..우리 밭에 배추 심어 논게 있는 디 그거 갖고 안되나?

 

어머니 양념이 없어유? 젓갈은 샀어유?

옆에 계신 아버지가 그러신다.

" 집에 있응께 얼른 가져가라?"

 

덕분에 김장비용은 반으로 확 줄었다.

일을 해냐 되는 데. 이 김장을 어디서 부터 해야 할지 헤메는 통에

옆에 있는 나의 하나 밖에 없는 동서가 그런다.

 

" 형님..워쩔려구요? 어머님보고 오시지 말라구 했어요?"

" 야야.. 몸은 힘들어도 맘은 편해야 일하지..근디 니 배추 잘 절구냐?"

 

이러니 울 남편 한심한가 보다. 게다가 서방님은 걱정스레 나를 본다.

세상 천지 울 형수같이 일도 못하고 천방지축으로 싸돌아댕기는 사람이 뻘건 고무장갑끼고 배추 절군다고 설치는 내 모습을 처음 보니, 그럴 수 밖에.

 

그러거나 말거나 죽이 되냐? 밥이 되냐? 일단 해보자!

속이 많이 필요한다고 무우채를 써는 데

야! 그거 언제 누가 채를 쓰냐? 그냥 풀에 젓갈 섞어서 해도 김치는 된다!

 

동서가 황당한 표정으로 그런다.

" 그런 김장도 있어유?"

 

만들면 있는 거지..까짓거 !

없으면 없는 데로 했다구 , 김장김치 맛 없다구 하면 나 다시는 안한다고 해도 뭐라고 할 겨?

안 그러냐?

 

근디 갓김치를 내가 제일 좋아 하는 디...

형님 어디가유?

난 방에 있는 피씨를 키고 아줌마닷컴에 여기저기 뒤적거려 보고 야! 있다!

요즘은 세상이 편리해? 내가 모른다고 남덜도 모르냐?

갓김치에 총각김치에 겉절이까지 했다.

 

시작을 하니 김장이 끝났다. 동서가 여기저기 몸이 쑤신단다.

"당연하지..이리와 봐..울 찜방에 가서 푸욱 담그고 내가 안마를 해줄께.

그래야 낼 또 일하러 가지.."

 

형님도 힘들죠?...

동서덕분에 이젠 겨울나기 준비는 잘 끝났다. 그치?

 

동서가 환하게 허리피면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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