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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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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이혼한 목사님 편지


BY 천정자 2007-06-17

제 부모님은 옆 동네가 고향이시니 참 가까이 사십니다.

아무때나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거리이죠.

그런데 이런 사실도 이혼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그러니까 처가집은 너무 멀어 명절때는 일찍 출발해야 되는데,

명절엔 아들보다 며느리가 더욱 역할이 커지는 때이니.

어디 마음대로 미리 가냐고 다그친 남편이었습니다.


명절이 오니 막막하데요.

"저 이혼해서 혼자 갑니다" 하고 부모님에게 말씀도 못드리고.

새해 첫날부터 이런 말씀으로 불편을 드린다는 게 여간 고민이 아닌데

거기에다가 이혼한 아내에게 연극으로라도 같이 가면 안될까 제안도 해보고 싶었는데

그냥 마른 침만 꿀꺽 꿀꺽 삼키고 말았습니다.



이혼 전엔, 명절날 전에 미리 가서 장에 가는데,

마트가 고기가 세일하네, 싸니 비싸니..

과일은 어느상회가 단골인데 거길 가야 한다느니 하면

가까운 곳에 얼른 가자고 제가 막 우긴 적도 있고,

아들은 저 혼자고 위로 누나가 두 분인데.

이 분들은 명절 지내고 늦게 들려오는 분들이라는 거 저한테 당연한 거였죠.

그러고 보니 명절날이나 추모제때도 내 차를 타고 장 볼라치면

저는 주차장에 차 세워놓고 아내만 기다리다가

"왜 빨리 안 오냐?"고 손전화로 다그치고 짜증내고

그러다가 장을 다 봤다고 마악 출발 하려고 하는데

아내가 또 뭐가 빠졌다고 하면 막 신경질을 내었죠.

"그러길래 메모해서 빠뜨리지 말라고 했잖어?

무슨 여자가 그렇게 칠칠 맞어?"



그러면 아내가 그러더군요

"그러니 같이 장을 보자고 부탁을 했는데...."

그 때 그 부탁을 매몰차게 신경질내면서 들어주지 않은 게 두고 두고 후회가 되었습니다.



장을 제가 보러가야 하는 지금은 어이가 없는 일이 생긴 겁니다.

나의 어머니는 아직 글을 모르십니다.

그래서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말을 하시더라도 직접 장을 보신다고 가시더니

엉뚱한 것을 사갖고 오시는 바람에 황당한 일이 많았는데

제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어머니. 장을 제가 볼께요. 필요한 게 뭐뭐 인지 불러 주세요" 하고 전화를 드렸더니

대답은 안하시고 대뜸 며느리를 찾는 겁니다.

"항상 며느리가 장을 봐왔는디 그걸 콩콩히 기억을 다 할 수 있남?"

그렇데요... 듣고 보니 아내가 다 장을 보고 준비한 명절들인데

새삼스레 느닷없이 아들이 장을 본다고 전화를 했으니.



어머님이 그러시는 겁니다.

"니가 같이 장을 봐줘라...

애들 하나든 둘이든 낳으면 정신이 깜박깜박하는 게 정상이여..."


나는 그런것도 모르고, 정신을 어디다가 놓고 다니냐고 막 따지기만 했는데.


 

** 같이 있는 다는 것은 같은 공간을 누린다.
    같은 자유,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은 평안을 무한대로 나눠지게 한다.

                             ,,,,, 어느 목사님 말씀 중에서....**

 

덧)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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