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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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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의자에 앉아 있는 여자


BY 천정자 2006-06-20

요즘은 사람이 죽으면 결혼하러 예식장에 가는 것 처럼

장례식장에 실려간다.

 

 얼마 전 까지 공룡도 바퀴벌레도 같이 숨을 쉬던 공기는 그냥 살아 있는데

장례식장에 가면 의자에 올려진 영정사진에 흔적이 희미한 옛날 이야기 듣는 것처럼

몽롱하다. 물론 향이 피워져 매캐한 숨들이 오히려 캑캑거리며 얼른 튀어나오는 기침도

간간히 숨어서 들리게 한다.

 

 죽은 사람들은 살아 있을 때 의자에 몇 번 앉아 있었을까.

특히 여자들은 의자에 앉아 뜨게질을 하며 엮어내던 하루의 코를 세어 보았을까.

별로 시시한 질문을 열거 한다고 대답은 무시하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다.

 

 살아 있는 동안 누구를 위해 밥을 몇 번 해줬으며.

사랑은 몇 번으로 만족해야 하며.

내가 먹은 수많은 끼니들을 위해 보이지 않았던 영혼들을 위해 몇 번 묵념을 해주었을까.

 

발자욱 없이 닳아 없어진 길을 하루종일 쳐다 본 적이 있을까.

멀리 하루종일 걸어서 사랑하는 그 남자에게 한 번은 멀리서 쳐다보고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가슴만 덜렁 내려놓고 돌아 온 적이 있을까.

 

늘 오늘만 살자... 그래 오늘은 내가 가장 빛나는 날이야... 살아 있으므로...

나에게 몇 번의 위로와 안부를 주었을까.

 

내 몸에 목숨 걸친 것에 옷 한벌을 갈아 입듯이 그렇게 세상에 온 것을 알았을까.

알았다면 의자에 오래 앉아 있어서 생각이 고이고 물이 흐르듯 낮은데로 자꾸 새는 것을 어쩌지 못했을 텐데.

 

 이렇게 고단하게 누워있지도 않았을 텐데

또 누구에게 떠밀려 여기에 실려 왔을 건데.

얼른 가라고 빨리 푸른 곰팡이에게 분해되어 흔적 없이 사라지라고 한 것을

알고 있을까.

 

별 시덥지 않은 말이라도 나도 의자에 앉아 있는 여자.

앞으로도 날 계속 의자가 부를 텐데.

그건 비록 잠시의 착각이라고 해도

대답은 듣고 싶다. 나의 답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