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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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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무식 혀?


BY 천정자 2006-06-19

드디어 내 아들놈이 나에게 덤빈다.

아직은 멀은 애기 인 줄 알았지만, 자식과 부모가 싸운다고 하더만 이젠 내 차례가 된 것이다.

 

머리에 들은 애기들은 아직 설 익어 사람 잡아도 잘 모른다.

특히 이 아들은 들은 애기가 아니고 어디서 주워 들은 뿌리 모를 뜬금잡는 말씀으로 뒤섞여

거기에다가 몽정기에, 사춘기에 갖은 악조건을 다 뒤집어 쓰고 있으니 나도 내내 불안한 마음은 숨길 수가 없다.

 

 말은 징그럽게 안 듣는다.

나 같이 잔소리를 잘 못하는 엄마를 만났으니 그나마 다행인데

그렇다가도 느닷없이 불같은 화를 내는 엄마를 보면 참 무식하다.

 

말로 안통하면 매타작인데, 이게 더 힘이 든다.

키도 나보다 더크고, 힘도 써 보았자 그 놈 귀만 간지럽히게 됐으니.

이럴 둘 알았으면 어디서 호신술 제대로 배워 딱 한군데 혈만 찔러 매운 맛을 주면 그저 좋을 것 같은디...

 그저 배운거라면 욕인디... 이눔의 새끼 하니 그럼 내가 사람새끼지... 송아지여? 하고 대들으면 난 더 빗자루를 크게 휘두르니 그제야 마당을 가로질러 신발도 못 신고 도망가는 아들 뒷모습을 보니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다.

 

 에휴!... 내가 울 엄마한테 이렇게 맞고 늘 쫒겨다니며 온 동네 휘적거리고 컸는데. 그 땐 울엄마는 너 커서 뭐가 될려고 그렇게 말 길을 못 알아듣냐? 하면 무슨 말에 길이 있냐고 되레 엄마한테 무식하다고 덤벼든게 이젠 내얼굴이 확 덥혀져 오니 세상 참 오래 지내고 볼일이라고 한거 하나도 그른 거 없다.

 

 숨도 차고 저 아들 사는 거 지켜보는 거나, 울 엄마 나 사는 거 지켜보는 거나 다를 거 하나도 없을 것인데, 그 당시 왜 그토록 엄마가 무식하고 미웠는지. 맞은 자국이 퍼렇게 멍든 자욱만큼이나 사나운 억울함이 배인 그 때가 도로 나에게 이렇게 올 줄은 몰랐다.

 

 저 놈도 엄마가 디게 미울 것이고, 그렇게 고래 고래 당산나무 밑에서 소리를 질러 대더니.

내가 또 쫒아가는 시늉을 하니 이젠 달리기로 내 시야에서 벗어났다. 다리가 나보다 길으니 쫒아간다고 해도 도망 간 아들놈 뒷모습 보기는 어렵다.

 

 집에 돌아오는 신작로에서 내 옆을 승용차들이 트럭들이 무심코 바람처럼 쌩쌩 지나간다.

어떤 여자가 길바닥을 청소하려는지 싸리비를 들고 갓길도 아닌 좁은 인도에 서 있는 걸 보고 주춤 주춤 에돌아 주행을 하고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저 놈이 오늘 집에만 들어옴 반타작을 할 것이라고 눈에 힘주고 쬐려 본다. 과연 이 놈이 어디에서 엄마를 지켜 볼 것인데.

 

 그러다가 또 울 엄마가 생각난다. 지금처럼 널찍한 도로가 아닌 한사람도 어깨피고 다니기 힘든 좁은 골목길을 다람쥐처럼 잘도 피하고 숨어 한나절 지나면 울 엄마 나 쫒아 다니다 지쳐 잠들 늦은 오후에 낮은 담에 귀대고 눈치만 살피는 내 어릴적 모습이 왜 그 때 생각나는지... 나 원 참 한 번 웃음이 입가에 배고. 혼자 멋쩍은 모습으로 마당에 들어섰다.

 

 그려.. 안 쫒아다녀도 지놈 배고프면 때 알아서 들어 올 것이고, 난  마루에 걸쳐 앉아 푸른단풍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호랑나비, 노랑나비 춤추는 거하고 눈이 마주쳤다.

 

 에고고... 울 엄마도 이러셨을까...

전화로 한 번 물어볼까.. 엄마 닮은 딸이 오늘 외 손자 잡았는디... 아마 난리 치실 거는 확실하다. 유달리 외손자라면 주무시다가도 번쩍 내려오시는 분인데.

 

 그래도 이 놈이 너무 말을 안듣는다고 그러면 영낙 없이 이 말씀 할 겨...

그러는 너는 내 말 잘 들어었냐?

 

참 사람새끼 키우기가 내 이렇게 힘든 줄 예전에 미처 몰랐다고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