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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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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 가면


BY 천정자 2006-06-12

난 늘 미용실에 가면 내가 어떤 여자처럼 확 바뀌어

날 못 알아보는 사람들 얼굴을 잘도 상상한다.

물론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난 까뮈의 소설 변신처럼 그렇게

나를 못 알아보았슴 하는 것을 미용실  갈 때마다 소원한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고, 마찬가지로 그들도 나를 모르고 사는그런 이차원의 세계가

보고 싶어서다.

 

어렸을 때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를 보면 왜 저 여자들은 기를쓰고 얼굴을 알릴려고 저렇게

고생하나 였다. 한 편으론 궁금하기도 해서 호기심에 몇 번 보았지만 맨 허리싸이즈 두께만큼이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걸로 나에게 읽혀졋다.

 

그 다음 날 미스 뭐,,해서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드러난 그녀의 얼굴을 보니 서글펏다.

어디서 날아 온 외계인도 그렇게 광고를 내 줄까.

괜히 나도 눈 코 입이 있는 사람인데, 몇 미리의 차이로 누구는 들쑤셔서 부각시켜 놓지 않나. 누구는 평생 쳐박혀도 그런 줄 모르게 살 게 하는 것들이 내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허긴 이쁘지 않은 사람들 모임하나 만들어 나도 그 중에 하나의 의견을 피력 할 수 있지만

개가 하품 할 일이다. 요즘 세상엔..

 

 내 머리카락도 못생겻단다. 반 곱슬에 생머리나 다름이 없는데. 매 번 갈 때마다 파마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구석에 쳐 박혀 한 세시간은 있어야 나올 지 말지 란다.

 얼굴도 시커먼해서 별로 기분이 안 좋은데. 머리카락은 왜 반곱슬이냐고?

울 엄마는 얼굴도 하얗고 머리카락도 참 좋던데, 난 왜 이러냐고.

그러거나 그래도 소중한 내 머리카락때문에 인생사 하나 건진 게 있다.

바로 흑인들 얼굴을 보고 난 위안이라면 위안이고, 다름을 알게 되었다.

결코 나보다 더 하애질 수 없는 색. 흑과 백의 얼굴의 다름. 차이는 아니다.

머리카락도 나보다 더 구불구불하다. 평생 파마를 안해도 될 상태인데.

그들은 나와 다른 고민을 갖고 있었다. 직상모를 갖고 바람에 휘날리며 길거리를 활보하고 싶다는 건데. 난  마음만 먹으면 까짓거 한 일년 길러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을. 그들은 꿈의 목표처럼 세운 것이다.

 

특히 노예의 상징처럼 보인다고 하니. 그 곱슬머리는 역사의 잔유물처럼 남겨진 것 처럼 말한다. 그러나 어쩌랴... 나도 그렇게 이쁜 울 엄마 안 닮고, 아버지를 전부 빼다가 옮겨 온 게 어디 내마음 데로 할 수 있는 것인가.

 

 미용실 구석에 앉아서 지난호의 여성 월간지를 들쳐 보면 맨 이쁜여자들 사느니 죽느니  그런 애기다. 어디 나처럼 못생긴 여자들 구텅이에 쳐 박혀 굴러다니는 실감 나는 애기는 없을까 싶어 뒤적거리지만, 못 배운 여자들 시시한 애기들은 잘 뒤져야 겨우 한 둘 독자란에 실린 애기들이 전부다. 입지전적인 돈을 많이 벌어 놓았다든가, 어디 학벌 좋은 남자하나 제대로 전져 곧 결혼 한다는 연예인 애기 빠지면 여성 월간지가 아니다.

 

 사는 게 모두 그렇게 한 쪽눈 지그시 감고 한 쪽눈으로 쳐다 본 세상으로 읽혀지니. 난들 어디를 고쳐야 좀 더 고상해 보일까, 이런 브랜드로 옷을 바꿔 입어 어떤 남자 시선을 묶어둘까, 이혼한 여자들 속사정을 잡지엔 선 이미 속의  애기가 아닌 뭐 그랬더라~~. 그게 아니더라~~ 알고보니 그랬더라. 이렇게 잠시 휘말리기도 한다.

 

 세시간 동안 롯드에 매달린 내 머리카락이 궁금하다.

혹시 내가 나를 못 알아보면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