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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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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공식


BY 천정자 2006-04-19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때문에 숨을 쉬고 있는 건지...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  사는 것인가...

 

도무지 가늠이 안된다.

내 머릿속은 또 다른 내가 늘 존재하고 있나보다.

변덕스러운 내가

날씨예보에 따라 이랫다 저랫다 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그렇게 늘 마주치는 벽이었다.

 

감시하고 싶다.

또 무슨 꿍꿍이 속으로 나를 애태우게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확하게 나를 설명하지 못하는 말 못하는 벙어리가 된다.

 

무엇으로 나를 설명할까..

그렇다고 당신 도대체 누구야? 하고 묻는 이도 없다.

 

어떤 도구로 나를 그려낼까...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치장한 자기소개서로 뽑낸다면 거짓말 잘하는 내가 못 할리가 없다.

잘 아는 성형외과 의사한테 가서 최대한 그럴듯한 이미지로 바꿔 달라고 요구 할 것이다.

그 누구이던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표시하고 싶은데.

이게 가면 갈 수록 태산이라고 하더니

꼭 식당현관에 벗어 놓은 내 구두를 바라보는 심정이다.

내가 신지 않으면 그 구두는 누구 것인 줄 모르는 나.

 

거울을 한 참 들여다 보다가도

너! 누구니? 이런다.

 

괜히 말 걸어 보면 혹시 누가 아냐는 식이다.

배가 고프다. 이런 생각에 밥을 먹지만 입에서 도는 밥알 같은 말들이 돌아 다닌다.

 

말로 채우는 내 위장은 밥통이 아니다.

그저 기능을 제대로 이행하느냐 아니냐의 공식을 철저히 외우고 있는 것 뿐.

 

나도 그 공식을 외우고 싶다.

그저 기능이 쇠약해지지 않을 만큼의 목숨거는 공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