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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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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마고우


BY 쪽빛하늘 2005-12-18

죽마고우

    ②죽마고우

    1958년 이해에는 가물 동에 열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남자아이 다섯 명, 여자아이 다섯 명.
    우리들은 부모님들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무럭무럭 자라 개구쟁이들이 되었다.
    언니들을 따라 다니면서 동네 깨진 그릇들을 모아서
    소꿉놀이하고 논 뚝 밭 뚝 종종 걸음들이 얼마나 다녔는지
    엄마 아빠들이 가꾸어 놓은 보리밭이며 콩밭이 엉망이 된다.
    동네 개구쟁이들이 한번 소꿉놀이 장소로 정해놓으면
    아무리 어른들이 혼내주어도 매일매일 그곳에 가서논다.
    우리들이 실정이 나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
    대나무 숲에서도 놀고, 뒷동산에 가서도 놀고,
    논 뚝 이며, 밭 뚝 할 것 없이 햇살이 따뜻한
    양지바르고 바람이 불지 않는 아늑한 곳이면
    어디든지 동네 개구쟁이들의 아지터가 된다.
    우리들이 제일 좋아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은 갱빈이다.
    이곳에서는 어른들의 꾸지람도 없고
    소꿉놀이 할 수 있는 재료들이 무진장 많이 있다.
    우선 엄마 아빠를 정하고 제일어린 동생은 아기가 되고,
    중간은 언제나 언니 오빠가 된다. 각자의 가족이
    정해지면 자기들의 집을 꾸미기 시작한다.
    납작 납작한 돌로 각자의 집을 꾸미고 나뭇가지를 꺽어서
    길을 만들고 칡잎과 댕드라미 잎을 따다가 구멍을 뚫어서
    돈을 만들고 대나무 잎으로 숱 가락을 만들고 각가지
    크고 작은 잎으로 그릇도 만들고 나뭇잎을 역어서
    이불도 만들어 방에 깔아 놓는다.
    갱빈에 자라는 풀들은 뜯어다가 한단한단 묶어서
    채소가게 차리고 나무열매 풀씨들을 따다가 과일가게 만들고,
    여러 가지 풀뿌리 뽑아서 약초가게 만들고,
    메뚜기랑 여치들을 잡아다가 생선가게 만들고
    이렇게 준비가 되면 점심때가 되어서 배가 고파온다.
    개구쟁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서 점심을 먹고
    약속이나 한 듯이 그 자리에 다 모인다.
    이제 해가 질 때까지 잎으로 만든 각자의 돈으로
    사고팔며 재미있게 논다. 가끔 아기들도 울고
    그러면 엄마는 아기를 달래고 엄마 아빠가 싸우기도 하고
    언니 오빠들이 다투기도 한다.
    이것은 하나의 소꿉놀이에 불과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집에서 보고 들으며 살아온 것들이 소꿉놀이 하면서
    그대로 옮겨져서 하나의 사회가 만들어져 가는 것 같다.
    마음껏 흙을 밟고 만지면서 풀벌레 소리 들으며
    풀내음 속에서 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내 친구들은 우정을 나누면서 살아왔다.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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