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화요일, 외출을 하려고 건물 밖으로 나가는 현관 앞에서 아래층의 그녀와 마주쳤습니다.
가볍게 인사하고 지나치려는 나를 그녀가 붙잡고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느냐고 물어왔습니다. 긴장한 채 기다리는 내게 그녀는,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당신이냐고 물었습니다. 대답을 하고 난 뒤 더욱 긴장한 채 서 있는 내게 그녀는 느닷없이 찬탄을 늘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층계를 조금 올라간 도로 위에서 남편이 차를 대 놓고 기다리고 있을 것인데, 그녀의 감탄은 금세 끝나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감동하게 한 것일까 나로서는 어리둥절해질 지경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전날 쇼팽의 발라드 네 곡을 포함하여 브람스에 이르기까지, 특별히 '낭만적'이라 부를만한 곡들을 몇 곡씩이나 연이어서 쳤었기 때문인 지도 몰랐습니다.
어쨌든… 걱정이 덜어졌을 뿐 아니라 감사하기까지 한 일이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그처럼 칭송을 듣게 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니까요.
그 날 남편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찾아간 곳은 콘서바토리였습니다. 몇 주 전 우연히 마주친 한 학생에 따르면 다른 음악학교와는 달리 입학 연령의 제한이 없는… 나이 많은 나 같은 사람도 음악을 배우러 갈 수 있는 곳이라 했습니다.
전혀 정보가 없이 갔던 지라 그 날 뿐 아니라 다음 며칠 간을 연속으로 찾아가야 했습니다. 처음으로 혼자서 비인의 복잡한 거리들을 지도를 보아가며 사람들에게 묻고 걷고, 스트라센반, 우반, 슈넬반 등의 대중교통을 타고 한 시간 반 내지 오십 여 분씩 최단 거리를 시험해가며 돌아다닌 며칠이었습니다.
체력이 강한 편이 못 되는 지라 그렇게 며칠을 신경을 쓰고 동분서주하며 보내고 나니 주말에는 앓아 눕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정신은 온통 음악공부와 관련된 생각에만 매달려 있었습니다.
지난 주중의 어느 날엔가 하루, 나 자신이 원하는 작은 것에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그것을 위해 주님을 이용하려고 무릎 꿇은 나 자신을 보고 마음 아파하며 회개의 눈물을 흘렸었음에도, 여전히 생각은 그것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다른 모든 것을 잊을 만큼..
새로운 주가 시작된 오늘 아침, 열어 놓은 인터넷 창에서 귀에 많이 익은 음악이 들렸습니다. 마침 스피커의 볼륨이 높여져 있었으므로 음악은 장대하게 울려왔습니다.
몇 번이고 반복되어 들려오는 음악을 들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음악에만 매여 있던 나 자신에게서 정신을 차리며 나 라는 ‘존재’가 언뜻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얕은 시선만으로 보아 스스로 매달리며 느낀 ‘원함’과 존재의 깊음 가운데에서 원하는 ‘원함’은 과연 같은 것이었는가를 물으며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달을 따달라’고 했던 어린 공주 이야기도 떠올랐습니다.
이야기 속의 공주가 가진 '원함'의 어린아이스러운 집착 또는 강도..와는 비슷한 데가 있을 지라도, 공주는 실체인 가질 수 없는 달이 아니라 가질 수 있는 달을 원했던 것이지만, 나 자신은 반대로 가질 수 있는 무엇인가를 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영원히 가질 수 없는 더 깊은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는 것임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이야기 속의 아이와는 달리 황금으로 된 ‘모형 달’을 가지고 기뻐하고 만족하기에는.. 이미 진실을 알아버린 사람인 것입니다. 가끔씩은 그것으로라도 채울 수 없는 갈망을, 또는 그리움을 채우고 싶어할 때가 있을 지라도…
왜 하필이면 음악원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려던 그날... 아래층의 그녀를 만나게 하셨을까, 왜 그 날... 쉽게 하기 어려울 찬사와 감동을 내게 쏟아놓게 하셨을까… 에도 문득 생각이 미칩니다.
앞으로 무언가 작은 증서를 획득하기 위해, 짜여진 틀 속에 자신을 가둔 채 쫓기듯 여유를 잃고 다른 중요한 것들을 희생하며 살기를 원치 않으시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어쩌면, 나 자신도 쉽게 인정하지 못하곤 하는 무언가를, 내게 확인시켜 주시려던 것인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