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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이야기


BY 플러스 2009-04-27

몇 해 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의 타이틀곡이기도 하다는피아니스트이자 뉴에이지작곡가인 한 재일교포의 음악을 인터넷에서 찾아 잠시 들어보았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음악을 잘 융합시키려는 독창성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을 음악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음악을 들었던 그 날은내게   그런 거친 감정이 생겨났던 것일까에 대해서는 잘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단지 그렇다는 것만을 알 뿐..

 

설이 낀 주일이라 특별한 공연을 하기 위함이었던 것인지일찍 도착한 예배터에서는 예배를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었습니다.   

 

평소보다도 큰 음향으로 뮤지컬 찬양팀이 리허설을 하고이어서 초대된 국악밴드가 리허설을 하는 이십 여 분간,  주님을 향한 마음으로 집중하기는커녕 온 공간을 뒤흔드는 커다란 음향으로 귀가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귀를 손으로 막아도 보고,  가져간 신앙서적을 보며 마음을 집중해 보려고도 했지만,  국악기와 전자악기,  서양악기가 함께 울려대는,  흡사 신명 난 굿판 같기도 하다고 여겨지던 요란함은 점점 참기가 어려워져 가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인내하려고 애쓰고  있던 어느 순간,  예루살렘 성전에서 소란스럽게 매매하는 자들을 내어 쫓으시던 예수님이 이런 광경을 보신다면,  '이 곳이 예배하는 곳이냐 아니면 극장이냐'라고 화를 내실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치면서 내 안에서 분노라고 할 만한 거친 감정이 갑자기 솟아 올랐던 것입니다.

 

무대가 치워지고 시작된 예배에서의 연주는 리허설만큼 소란스럽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찬양이라고도 할 수 없을  공연이었습니다.  같은 밴드가 이어서 찬송가도 하나 연주했습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도 찬양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공허한 악기 소리였을 뿐이었습니다

 

태평소에 장구아쟁대금드럼전자악기바이올린들을 마구 섞어 놓은 국악 밴드는세상의 무대에서는 나름대로 독창적이었지만교회 안에서는 어울리지 않았던 것인지또는 그 음악 자체가 예배와는 전혀 거리가 먼 것이어서 그랬던 것인지또는 그 날의 어수선한 분위기로 인한 것이어서인지  나는 전혀 교회라는 곳에 있는 것 같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세상적인 소란함이 지나가고목자가 나와서 말씀을 전하기 시작했을 때에야 나 자신이 교회 안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게 되었지만그 날 이후 나는 한동안 목자로부터교회로부터 멀어진 마음을 잡지 못하며 방황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날 내 안에 느낀 분노로 인해 나는 오랫동안 자책의 마음을 가지고도 있었습니다.

 

온유함으로 앉아 있어야 했을 것 같은 교회 안에서어떻게 분노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인 것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웠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여전히 한 번 식어버린 마음은 온기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곳에 머무르기를 원하시니이 교회의 목자이신 사람이라도 피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두 번 그렇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두 번 다 마주침을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한 번은  정면에서 일 대일로 마주치게까지 하셨으니 말입니다

 

세상을 향해 열리고자 하는 교회예배.  그 바람직한 방향은 때로 그 방법이나 소재의 선택에 있어서 오히려 신앙적인 의미에서의 세상을 들여놓는 것이 되기도 하나 보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  그런 시행착오들을 거쳐 더 아름다운 예배를 만들어도 갈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인간을 사랑하시기에 우리를 배려하시고 우리를 기쁘게 하기를 원하기도 하는 것이 주님이시지만인간인 우리로서는 당연히… 인간을 기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닌하나님이 기쁘게 여기시는 예배가 어떤 것인 지를 늘 먼저 생각하고 바라보고 적용해가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어쩌면 내게 들었던 사라져 버렸던 마음,  조금 약해진 목자의 표현처럼  싫증이 난 것이 아니라  포기의 마음에서 왔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편그런 포기하려는 마음 가운데 있었던 지난 몇 주간오히려 특별한 주님의 손길을 느끼게 되었던 것을 기억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