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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고백


BY 플러스 2007-09-27

 

 

추석 연휴더 큰 의미의 가족의 일원으로서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여러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나름대로는 짧은 기간임에도 다양한 일을 엮어 넣기도 한 기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네 가족이 함께 뭉쳐 다니던 며칠이 지난 오늘 오전오랜만에 홀로 남았습니다며칠을 하루 종일 함께 있었는데도이 아침 아내인 나는 남편이 이내 그리워집니다.

 

어제는 밤에남편과 둘이서만 시민의 숲을 찾았습니다사람들도 거의 없는 데다 가로등이 꺼진 채로 방치된 구역이 많아서 어둑한 공원은 나무들의 검은 그림자로 뒤덮여꼭 잡은 남편의 손이 더욱 믿음직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결혼 초부터 우리의 전혀 다른 성향을 들어내게는 익숙한 색깔의 남성상과는 전혀 다른 남편을 두고 그 다름에 대하여 불만 섞은 압박감을 준 적도 꽤 있어서인 것인지남편으로서는 감춰두었던 질투심을 가끔 표현하기도 하는 한 선배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며 함께 웃기도 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경쟁 상대처럼 느껴질 수도 있던 상상 속의 한 사람을 남자로서가 아니라 이제는 아버지인 남편의 시선에서 아들 보다 어리기만 한 작은 어린 아이로 보이게 하였던 모양이었습니다그리고 그것은 내 의도이기도 했습니다. ^^;;

 

결혼과 동시에 영원히 남편 외에는 세상에 어떤 남자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느끼며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했던 것은,  결혼 십 여 년 만에 예기치 않은 사건들을 통해 의지와는 달리 부정적이고 강제적인 방식이나마 흔들릴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또 그 위기 같은 시간을 지나면서 마치 퇴행처럼  그리움처럼 과거를 향해 도피처를 찾으러  도망다니듯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내 곁에 든든히 있어주어야 할 남편 조차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 만으로도 버겁고 바쁘고 힘들었던 그 때는 남편에게도 내게도 힘들기만 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제는 기억으로만 더듬을 수 있을 일들나이 사십이 멀지 않았던 시간들 속에서 무심함과는 다른 감정으로 마주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   그러나 그것은 내가 남편에게 대하여 가지는 사랑이나 신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다른 영역에 속한 것임을 남편은 때로 잊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남편은 그 일들로 인하여그 괴롭힘으로 인하여 힘들어하고 고민하던 아내를 이해하기 보다는 스스로 상처를 받기 쉬웠던가 보았습니다.  마치때로 나 자신 남편의 힘든 일들을 파악하지 못한 채 남편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었던 것 처럼.

 

몇 달 전남편은 교회의 한 프로그램에서 낯선 형제 자매들이 서로 몇 개의 질문을 놓고 자기 고백의 순서를 가지면서 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었습니다

 

그 순서에서 남편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독일에서 보낸 칠 년간을,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아내와 함께 지낸 모든 시간들이라고 대답했다고 했습니다.  

 

신혼 초 꿈꾸던 것과는 달리함께 보내온 힘든 시간어려운 시간들을 돌아볼 때면때로는 사랑한다는 말 보다 미안하다는 남편의 말 한 마디가 더 가슴 깊이 다가올 때가 있었던 것 처럼남편의 그 말은 내게 사랑이라는 말 보다 더 감미롭고 가치있게 들려왔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살아 온 이 짧지 않은 시간 속에서그것이 누군이든 나와 함께 있었던 시간들을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꼽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눈물이 핑 돌 만큼 기쁘고 감사한 일일 것입니다더군다나 나 자신의 부족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남편이며우리가 보낸 시간들이 기쁨과 감사함행복 만으로 남편에게 표현될 만한 것이 결코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남편의 말을 들으면서내 생의 마지막까지 남편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을마음 속을 일고 지나가는 파동을 감추느라 아무런 말로도 표현도 내색도 하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감춰주면 좋을 것을마음에 무엇이든 꺼려지는 것이 있으면 고백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향의 아내,  그런 아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옆에 앉은 아내를 향하는 타인의  집착에 대하여  거듭되었을  압박감,  불쾌감..  그리고  불안.   자존심이 강한 그는 초연한 사람처럼 굴려고 해왔지만,  때로  질투와  분노로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평온을  잃곤 했던 것을 압니다.   

 

이제 내가 주 안에 있듯,  남편  또한 점점 그렇게 되어가고 있음을 감사하며 우리가 이 모든 일들을 잘 견뎌내고 극복해 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남편의 애정과 인내심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 지를 돌아 보며  더욱 남편에게 감사할 뿐 아니라 … 더욱 좋아하게 되는 것입니다.

 

남편이 가지고 있는 선함과 아내로서 느끼는 매력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이, ‘나의 남편이라는 이유 그 하나 만으로도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