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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창문 6


BY 플러스 2007-03-03

"혹시  심하게  실연을  당하거나  한 거는  아니었니? "

 

태영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 "

 

영선이  쏟아지던  질문들을  가라앉힌 채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영선과  태영그리고  다른  동기들  사이에  깊은  침묵이  지나갔다

 

태영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 현성이가  요즘 술을  무지 마셔. "

 

갑자기  끼어든  현성의  이야기에  놀란 듯  영선이  태영을  바라보았다.

 

" 현성이가   날마다  완전히  취할 때까지  술을 마셔. "

 

현성이라면,  착하고  성실하며훤칠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을만큼  순박한 데가 있는  남자 동기였다.   그런  현성에게  태영이  말하는  술취한  모습은  연결이 되지 않았다.

 

태영이가  영선과  다른  동기들이  듣고  있음을  새삼  의식이라도 하듯   피식 웃음을 내 보내며  다음 말을  덧붙였다.

 

" 얘가  술먹고는  자꾸 울잖아. "

 

" 기집애처럼.. "

 

태영이 한 번 더 피식 웃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태영의  현성을  향한 염려의  마음이  물기로   슬쩍  묻어나왔다.

 

".. "

 

태영이  시치미를  떼려는  사람처럼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다시 침착한  목소리로  돌아갔다.

 

도서관에...  죽기 며칠 전에  정인이가  현성이를  도서관으로  찾아왔더래.   누군가랑  얘기를    하고  싶다고  그러더래.    그런데...  그 즈음  얘가  밀린 레포트때문에  좀 바빴잖아. "

 

태영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

 

" 그 날정인이  얘기하자는 걸  들어만  줬더라도.....  그렇게까지  되는  것은  막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거지.  "

 

태영이  다시  말을  멈추었다.   이번에는  오랫동안...

 

울컥하려는  마음이  가라앉았는 지  태영이  다시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 현성이가  자책을  많이 해. "

 

 "유서에  그런 부분이  있었대죽기 전에  현성이를  한 번 보았으면 좋겠다고...  정인이가  현성일 좋아했던 모양이야"

 

" 그걸  보고정인이  언니가  수첩에서  전화번호를  찾아서  연락을  해 왔던 거야. '

" 장례식에도  갔었대.   화장해서  가루를  강물에  뿌렸다는군. "

 

 

" 이 자식이  어제서야  사실을  실토했잖아. "

 

잠시  침묵하던  태영이  남자아이들의  과격한  장난말로  가장하듯  과장된 어조로  마지막  말을  덧붙이고는,   꺼내기  어려운  말을,   그러나   해주었어야  했을  말을    마치고   이제야  짐을  내려놓았다는  ,   영선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슬쩍,   힘없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