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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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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어머니


BY 낸시 2022-11-23

한국에 간 언니가 옛날 사진 하나를 카톡으로 보내왔다.
동생 결혼식 사진이었다.
이모가 가지고 있던 사진들을  주시며 이제는 언니더러 보관하라고 했다 하였다.
청상과부가 되어 딸 하나를 키우며 산 이모에겐 우리는 또 다른 가족이었나보다.
우리 가족 사진을 우리보다 더 많이 갖고 계시더라고 하였다.
언니도 나도  이모랑 몇년을 같이 살기도 했으니 이모는 우리에게도 특별한 분이긴 하다.

오늘 하고픈 이야기는 사진 속 어머니 모습이다.
사진 속 부모님이 내 기억과 조금은 다르다.
기억 속 부모님은 아버지는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한 모습이고 어머니는 늘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사진 속 어머니는 다르다.
언니 말대로 동생 결혼식 사진 속 어머니는 당당한 표정에 살짝 오만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어머니 모습에 늘 당당하던 아버지는 오히려 초라해보일 정도다.
그 때 어머니에게 어떤 감정들이 오갔을까 사진을 보면서 생각해본다.

어머니 머릿 속에 지난 세월이 영화처럼 흘러갔을 것이다.
결혼 후 아이를 낳지 못해 시앗과 한 방을 쓰며 겪어야 했던 치욕의 날들.
11년 만에 겨우 낳은 자식이 내리 딸 딸 딸.
마지막 늦둥이로 간신히 얻은 아들이 툭하면 기절을 해서 가슴이 타들어가던 일들.
그렇게 얻은 자식들을 위해 어머니는 광주리 장사에 나섰다.
여자하고 그릇은 밖으로 돌리면 깨지기 마련이라고 여자의 바깥 출입을 터부시하던 때였다.
할아버지는 집안 망신이라고 당장 그만두라고 호통을 치셨다고 하였다.
할아버지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고 효부상을 받기도 한 어머니였지만 그래도 광주리 장사는 멈추지 않았다.
시골에선 중학교 진학도 많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덕분에 우리는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딸 셋 결혼시키며 어머니는 당신 닮아 아이가  안생기면 어쩌나 은근 걱정이었다고 하였다.
다행히도  셋 모두 기다리지 않아 애가 생겼고 그것도 모두 첫아들을 낳았다.
어머니는 안심도 되었고 어깨가 으쓱해지기까지 하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늦둥이 아들이 드디어 장가 가는 날, 울어머니 마음이 어땠을까?
연예인 못지 않게 잘 생긴 아들이 새 양복에 넥타이를 맨 모습이 보기만 해도 흐뭇하셨을 것이다.
아들 딸 데리고 결혼식에 모인 딸과 사위들 역시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
어깨에 절로 힘이 들어갔을 것이다.
사진 속 당당하고 살짝 오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어머니 마음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힘들게 산 어머니 인생이지만 그래도 해피엔딩이어서 참 다행이다.
당당한 사진 속 어머니를 보면서 내 머릿 속에도 어머니 인생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어머니, 당신은 당당하고 오만할 권리가 충분히 있습니다.
누구보다 애쓰며 열심히 사신 것 딸인 제가 인정합니다.
눈물나도록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 한번 꼬옥 안아볼 수 있다면 이 세상 다 주고라도 바꾸겠습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데 나는 당신이 자식들보다 남편보다 더 그립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