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963

막스와 아빠


BY 플러스 2006-03-27

어제부터 써머타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시계를  한 시간  앞당겨 놓아야 하는 것을 깜빡 잊었던 지라,   우리 부부는  예배가  끝나고 난 뒤에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어제는 아들아이의 친구인 막스의 생일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아이를  막스의 생일파티 장소에  데려다 주고,   다른 지역에서  있는 예배에  참여하고  난 뒤에,   아들아이를  막스의  집에서  데려오기를  희망했습니다.   마침  막스의 아버지가  파티가  끝나고 난 후,  자신이  데리고 집에  있겠다고  하여,  막스의  아버지의  집에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마인츠에서  열리는   R교회의  주일 세 번째 예배가  끝나고  난 후,  막스 아버지와의  통화를  통해  막스 아버지의  새로운  주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막스 아버지의  새로운  주소가  이전에  그가 살던,   즉  막스 엄마와 함께 살던  집이  있는  거리와  이름이 같았습니다.  

 

비스바덴에  도착하여  주소를  찾아가니,   막스가  현재  엄마가  살고  있는  예전 집에서   백 여 미터  정도  떨어진  집이  막스 아버지의  새로운  집이었습니다.   남편이  막스 아버지와  인사를  나누고  잠시  집으로  들어가  있는  동안,  나는  밖에서  막스의  아버지와   마주치지  않은 채  떨어져서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휘어진  골목 밑으로  조금  내려가면  막스의  엄마 집인  거리에  서서  삼층 높이로  늘어선  집들의  뾰족한  지붕과  그  위을  둘러 싸듯  내려 온  회색빛  하늘,   그리고  어느 집에 속한  것인지  집보다  훨씬 높게  솟아  있는  검푸른  전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막스에게는  입양된  형이  하나 있습니다.   이전에  막스의  엄마와  아빠가  함께 살 때에,   자신의  모든  어리광과   때로는   오기가  많은  사내 아이의  거침 마저도  다  받아만 주는  엄마와는  달리,   자신보다도  입양된  구리빛 피부의 형을  매사에  먼저  배려하는  아빠가   막스는  자주  불만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더  막스는  아빠에게  신경질을  부리듯  떼를  쓰고,   자신의  고집을  아빠가  받아들여주길  바랬을  것입니다.   

 

온화한  성품이지만,   까다롭고  어려운  사람으로도  보일만큼  자신의  틀이  강한  막스 아빠가  무슨  일로  막스의  엄마와  심하게  다투고   집을  나간 것인 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집에서  겨우  백 미터도  되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간  봐 온  바로는  사랑과  배려가  세심할 정도로  깊고  많은  막스의  아버지가   집에서  지척인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자신의  아들  막스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언제든  아들을  볼 수 있고,   언제든  아들이  올 수 있는 곳에,   그 아들의  아버지가  있는 것이지요.

 

이전에  막스는  우리 아이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형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  철부지 막스는  이전에  아버지가  자신보다  형을  더  아끼고  좋아한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막스는  이제는  알까요.   아버지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 지.   형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아버지의  인품에서  비롯되는  사랑이며  애정이지만,   자신을  향한  것은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사랑임을  말이지요.

 

한 달 쯤 전에  막스의  집에  아이를  데리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막스의  엄마의 집인 셈이지요.   그 집에  잠시  들어갔을 때에  나는  막스의  엄마가  남편이  돌아와 주길  기다리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강하고  거침이 없어 보이는  그녀에게서  마음의  아픔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는  이전과는  다른  부드러움과  양보의  마음도  보입니다.

 

그들  부부는  결별한 것이  아니라,   잠시  서로  떨어져서  생각할  기회를  갖고  있는  것인 지도  모릅니다.   바로  지척만큼만  떨어져서  말이지요.

 

그 거리에서  나는  아들아이와  남편이  나오길  기다리며,   그들이  한 지붕 아래에서  살 수 없는  아픔이  무엇인 지 알 수 없지만,  다시  막스와  함께  같은  집에서   엄마 아빠로  살게 되길  잠시  기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