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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탈출


BY 플러스 2005-12-01

몇 해 전,  그 당시 한국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는 한 분의 집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아기자기하게 정성들여서 일상을 즐겁게 살아 온 분이라서 그런지,  집에는 여러가지 정성 들여 만든 소품과  정성껏  솜씨를 부려서 만든 음식들,  브런치 초대였지요,  그리고 잔잔한 배경음악까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앙드레 가뇽의 음악이었지요.  당시 독일 생활 경력 15년 차,  6년 차,  3년 차 되는 세 명의 상대적으로 우중충한 아줌마들은  그녀의 상큼하고 발랄한 감각이 신선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녀에게는  분위기있는 음악인 앙드레 가뇽의 음악이  3년 차 되던 시절인 나에게는  감상,  더군다나  가슴 어딘 가를 건드리는 감상적인 음악으로 들리는 때이기도 했지요.  

 

아무튼,  독일의 우중충한 회색 겨울에 눌린 세월을 꽤 살아 온 아줌마들과 그녀는 달랐습니다.   다시 몇 해가 흘렀지요.  그녀는 그 시절의 그녀와는 역시 다릅니다.  그녀도 그 회색 겨울을 몇 해나 보냈으니까요. 

 

며칠 째  파란 하늘을 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내가 온 첫 해의 겨울과 비교한다면  최근 몇 해의 겨울은  개인 하늘도 꽤 볼 수 있기는 했지만,   마음이 그야말로 우중충해집니다.   긴 글을 몇 개 써서인가,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별 방법이 없습니다.  앓는 수 밖에요. 

 

앓는 방법 중의 하나가 아예 감상적임의 극한으로 가 보는 겁니다.   앙드레 가뇽의 악보를 펼쳤습니다.  몇 년 전 상큼하던 그녀가  음악으로 깔아 주었던 그 음악들이지요.  그 감상적인 음악들을  템포도 박자도  심지어 음들을 마음대로 섞어 넣어가면서 자유롭게  쳐 냅니다.   자연스러운 색깔보다 훨씬 더 진하게 말이지요.  감상적임을 극한으로 하여  오히려 나중에는 우스꽝스러움이 되게 하는 것이지요.   가끔은 먹히는 일인데,  오늘은 그것도 먹혀 들지가 않습니다.  모든 것으로부터 마냥 손을 놓아버리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남편으로부터 회사로부터 집을 향해 출발함을 알리는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로 나는 그 감정을 풀어 놓습니다.  무겁지 않게 바꿔서 말이지요.  심심하다고 말입니다.  너무 심심해서 지루할 정도라고요.  다시 전화가 온 남편이  문 닫을 시간 30분 남은 젠트룸에 잠시 같이 가자고 합니다.  검고  조용한 독일의 밤 속에  그 젠트룸에는 그나마 불빛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크리스마스가 가까운 때이니 약간의 장식들도 보입니다.  지난 해에도  그 지난 해에도  그 지지난 해에도  똑같았던 장식이지요.   그래도  전혀 처음 보는 듯한 기분을 가지려는 마음으로  씩씩하게  그 거리를  걷습니다.  십 분이 채 못되어  모든 상점들이  문을 잠급니다.    전혀 섭섭하지도  아랑곳 하지도 않은 양 하며,  유리문 밖에서 물품들이 진열된  불이 켜진  상점안을 들여다 보며 또 한 십 여분을 보냅니다.   이젠 더 이상 할 것이 없는 것이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 앞에서 어린 아이가 되어 뻔한 얘기를 합니다.   우리는 이제 십 년도 여기서 안 살았는데도  이렇게 심심한데,  이 사람들은 얼마나 심심할까..하고 말입니다.  그러면,  남편 역시 어린 아이처럼 뻔한 답을 합니다.   이 사람들은 평생 이러고 살아서 심심한 줄을 몰라,,,하고요.   

 

그렇게  겨울밤 중의 한 밤이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