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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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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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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2


BY 노화자 2005-08-26

하지만.... 난, 그의 아내가 아니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나.. 너무 큰 욕심을 부린건 아니였을까? 된장찌게 보글보글 끓여 너를 맞이 하는 꿈조차 너무 큰 욕심이라면 이쯤 너를 보내줘야 하는 것 아닐까? 어머니.. 아 내어머니.. 계단식논 그 길 꼭대기 집. 때론 길을 잘못들여서 몇바퀴나 돌아서 집에 들어가곤 했던 그 먼 산 위의 집... 툭툭 흙속에 발이 빠지고 내 책가방 속엔 늘 신발이 한켤레 더 들어 있었지. 나중엔 그집이, 그 이유로 니 아버지를 내게서 뺏어갔다고 하지만,,,, 정말일까? 어머니,,, 아.. 내 어머니 지금 내가 가는 그 곳, 나비가 되어 날아간 자식들을 보내고 혼자 번데기같은 가슴으로 빈집을 지키고 있으실분 어쩌면 먼 시간 저쪽,,, 나의 아버지에게 가슴 앓았던 그분의 환영이 내 가슴속으로 자꾸 들어오고 있는건 아닌지? 내 아버지.. 당신에 대한 감정을 애써 회피했던 나.. 당신에게 있어 나는 줄풀려버린 요요, 엉켜버린 실타레 그래서 도저히 풀수없는 매듭이되어 드문 드문 그실을 풀어 그리움이 가슴속에 허허하게 구멍이 날때면 그곳에 바느질을 하곤했다. 아버지...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제 가슴속에서 아프게 죽였습니다. 당신의 심장에 칼을 꽂고 허허 웃었습니다. 그런데 늘 제가 아팠지요. 이제 저는 얼마든지 당신보다 강해 졌어요. 어렸을적 우습게도 전 누굴 제판하겠단 꿈을 가졌지요. 자기본분을 포기하고 피붙이를 학대하고 다른곳에 등돌려 영영오지 않던 당신의 발자국소리를 그리워하며 되지도 않을 애증만 품었어요. 하지만 아버지, 복수야 말로 얼마나 간단하고 쉬운 것인지요? 저는 당신의 딸이기를 포기하고 잊어갔지요. 간간히 섭섭하다 어찌 제 전화번호를 아셨는지 어느날 새벽비처럼 수화기 저편에서 아득히 우셨죠.  진정 가슴이 무너지는 것이야말로 무관심이라는 것을 담담히 알아가는 것... 시간이 주는 가장큰 칼날이 였죠. 이제 제 심장속으로 피가 흐릅니다. 오랜 시간 부유하던 증오와 원망, 그보다 더 컷던 어머니의 생활력 그리고 당신의 이름모를 방황이라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피가 적당히 섞여 저는 살아가기가 아주 편해요. 이제 원망이란 가끔 생각나는 별식이 되었어요. 아버지. 아무 말씀 마시고 가시던 길로 걸어가세요. 무관심.. 노여워 마시고 누우세요. 거긴 당신이 파놓은 구덩이, 당신의 무덤이니까요.
만남의 광장을 빠져 나오고 톨게이트를 지났는데 목이 말랐다. 빗줄기는 굵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