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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곳


BY 모퉁이 2005-05-27

 

집을 나서면 가까이에 북한산이 있다.

도심에 이만한 산이 있다는 것에 외국인들도 감탄하는

명산이라 한다는데 멀리가지 않아도 만나게 되는 행운이 있어

 이 곳에 사는 동안 나는 이 복을 맘껏 누리려 한다.

 

북한산은 국립공원이라 입장료가 1600원이다.

매번 다니는 우리는 매 입장시마다 내는 1600원이 부담스럽기는 하다.

좋은 방법이 생겼다.

일 년 회원증을 발급받으면 연중 입장이 가능하고

하루에 열두번 이상 다녀도 뭐라하는 사람 없다.

그래서 3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등록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운동삼아 다닌 산길이 올해로 사 년이 넘었다.

 

산행기를 쓸 정도로 코스를 찾아 다니는 수준은 아니고

그냥 동네 뒷산에 산보 간다는 마음으로 다니다 보니

처음엔 복장도 이상했는데 몇 해 전에 몇번이나 망설이다

 큰맘먹고 석 달 할부해서 아래위 한 벌 구색맞춘 등산복이

요즘은 산과 들, 바다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활동복이 되어 버렸다.

좀 기다렸다 샀으면 돈이 덜 들었을텐데..아까워 하는 내게

그동안 폼잡았으니 그걸로 만족하란다.

 

북한산 등산로 입구는 하 많아서 일일이 모르겠고

나는 버스타지 않고 다닐수 있는 동네에서 가까운 매표소를 통과한다.

평일에는 주로 어르신들이 많이 다니신다.

주말에는 젊은이들과 직장인들이 단체로 많이 온다.

맘 맞는 연인들 모습도 종종 보곤 하는데 데이트 장소로도 좋아 보인다.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기다려주는 아량도 베풀고

적당히 응석도 부려가며 앞으로 받지 못할 공주대접 받아 보는 것도 괜찮지 싶었다.

 

걷는 것에는 이력이 나 있는 편이라 남들만큼은 걷는다.

뒤쳐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가끔은 연약한척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잘 걷다보니 우리집 남자는 도대체 나를 기다려주지를 않는다.

오겠거니..뒤돌아 보지도 않고 혼자 멀찍이 걸어간다.

 

오늘은 도시락을 싸들고 갔다.

별 반찬없이도 소풍 나온 기분에 밥맛이 그만이었다.

주말농장에서 거둔 쌈채와 된장, 깻잎장아찌가 전부였는데도

도시락은 금방 바닥을 보였다.

식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또 다른 여유를 주었다.

 

비스듬히 누워있는 운동기구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 보면

온통 푸른색으로 덮여 빼꼼히 보이는 하늘색도 푸른색이다.

약수터 근처에 아름드리 나무는 조각그림 맞추어 놓은듯한

 이파리들로 하늘을 온통 푸른색으로 짜집기 해놓았다.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햇살사이로 가늘게 바람이 들어와

두 눈을 한꺼번에 찡그리며 윙크를 하게 한다.

그러는 사이에 바람은 땀을 빼앗아 달아나고

젖은듯 하던 겨드랑이도 뽀송송해졌다.

녹색이 주는 고요와 평온을 마음껏 누리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