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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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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내 모습


BY 모퉁이 2005-05-17

 

동냥하고 구걸하는 사람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넝마를 지고 거리를 뒤지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언젠가 지하철 첫 칸에 탔던 날,어떤 아저씨가 카세트를 틀고

주머니에서 꺼낸 동전 몇푼을 소쿠리에 챙겨 넣고는 조심스럽게

지팡이를 두들겨 가며 다음 칸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다.

지하철에서는 그런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소쿠리를 채워 넣지 못했다.

어떤 때는 말을 하지 못하는 분이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을 적은 쪽지를 무릎위에 올려놓고 갔다가

되돌아 오며 거두기도 하는데 그때 역시 매번 기부하지 못했다.

하루에도 몇번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어 난감할 때도 있다.

 

그런데 어느 소식통에 의하면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가짜가 많다는 것이다.

누군가에 의하여 시켜지는 일이며 그 수입이 그 사람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아니길 바라지만 그런 소리를 듣고 부터 석연찮은 생각에

자주 하지도 못했지만 이제는 외면하게 된다.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길바닥에 주저 앉은 할머니를 보았다.

바닥에는 음료수 병이 놓여져 있었고 우산까지 챙긴 것을 보니

집에서 나오실 때 일기예보도 듣고 나오신 것 같았다.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뭐라고 도움을 청하는 것 같았으나

학생들은 들은척도 안하고 그냥 지나친다.

다른 몇 사람들도 잠시 섰다가 그냥 지나친다.

막 지나려는 내게 손짓으로 불렀다.

기운이 없어서 못 일어나시나 싶어 가까이 가서 '일으켜 드릴까요?'했더니

00 교회 집사님이랑 꼭 닮았는데 맞냐고 물으셨다.

아닌데 어쩌지요?일어나실거냐고 했더니 그게 아니고

부탁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일지 몰라서 들어 보니

이런말 저런말 뒤죽박죽 말씀 중에 결국은 집에 가실 차비를 달라는 것이다.

혹시 집을 잃은 노인이신지, 아님 상습적으로 돈을 얻어내는 할머니신지

순간 머리속이 복잡해지려 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 많이 듣는다.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차비를 빌려주면 갚겠다는 사람,

행색 남루하게 하거나 나이 드신 분을 악용해서 눈물샘 자극하여 돈 얻어가는 사람,

심지어는 어린 학생들까지 이런 수법으로  돈을 얻는게 아니라

갈취한다는 표현까지 듣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보기엔 정신도 없어보이고 입성도 깔끔해 뵈지 않아

정히 그렇다면 차비 정도 건네드려야 할 상황 같은데...

잠깐 내 속물 근성을 발휘하였다.

좀 더 시간을 끌면 해결도 못하면서 마음만 다칠것 같아

할머니의 하소연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고 발걸음을 떼고 말았다.

몇 걸음 앞 지하보도는 내가 숨기 딱 좋았다.

지하보도는 바깥보다 기온이 낮았다.

머리가 차갑게 느껴졌다.

 

그 할머니는  내가 아니어도 정말로 어떤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외면하였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각박한 인심으로 내모는지

첫째는 내 마음이 빈약한 탓이겠지만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나는 비린내같은 냄새가

인정을 뺏아가고 인심을 잃어가게 만들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이래저래 야박해진 이 모습이 내 본 모습이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